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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메라]자전거 배달 나선 헬스 트레이너
2021-01-04 19:30 사회

강력한 거리두기 조치가 길어지면서 배달 서비스 수요도 늘어나고 있죠.

생활고를 겪는 자영업자들이 본업 대신 배달 일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김철웅 기자의 현장 카메라입니다.

[리포트]
“점심시간이면 서울 시내에도 이렇게 배달 오토바이를 자주 보게 됩니다. 최근에는 배달 자전거도 등장했는데요.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이 배달원으로 나섰는데, 따라가 봤습니다."

자전거를 들고 지하철역을 나오는 양세중 씨.

본업은 헬스 트레이너인데, 한 달 전부터 배달 일을 시작했습니다.

[양세중 / 헬스 트레이너]
"이번에 세 번째 무급휴가거든요? 그냥 한 달 치 급여가 안 나오잖아요. 이때는 고민이 아니고 아, 이건 해야겠다 싶어서 (거리두기) 발표한 날 바로 앉아서 신청했죠.”

지도 보고 주소 찾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대 자로 시키거나 3인분 이상이면 무거운 편이에요. 10kg 될 것 같은데요?”

음식을 수령하고 배달하는 데까지 약 20분.

한 건당 4000원에서 공휴일에는 많으면 8000원까지 법니다.

"많이 하면 하루에 6시간 정도 하는데 15만 원 (번다)."

배달 주문이 뜸하면 한참을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영하 13도까지 내려간 2020년 마지막 날이었지만, 쉴 수가 없었습니다.

(옷 몇 겹 입으셨어요?)
"오늘 3겹요. 바지 2개랑 양말도 2개고, 신발 안에 발가락 커버도 있거든요. 집에 있는 거 다 껴입고 나왔어요. 패딩 안에 바람막이 입고 기모로 된 거 3겹.”

(땀 식으면 춥겠어요.)
"네. 그래서 안 쉬어요.”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여성 라이더도 늘었습니다.

신모 씨는 카페 사장, 헬스 트레이너 두 개 직업을 가졌지만, 최근 전기자전거로 배달 일도 시작했습니다.

[신○○]
"동네에서 (헬스장) 회원들 마주치기도 하거든요. 저는 괜찮은데 회원님들이 저를 볼 때 ‘이렇게까지 고생하냐’ 할 때 좀 무안하기는 해요.”

돈을 벌면서 운동도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인 셈입니다.

“주변에 여성들은 도보로 하시는 분도 있는데 다이어트나 운동 삼아 많이 하시더라고요.”

문 앞에 두고 가라는 주문이 많아져 안전에 대한 부담도 덜합니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상민 씨는 오후 5시가 되면, 가게를 맡겨두고 옷을 바꿔 입습니다.

“수고해.”

차 안에 치킨 냄새가 배었습니다.

(치킨 배달 하셨나 봐요.)
"네. 음식 냄새가 많이 배어 있습니다.

제때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주문이 몰리다 보니 가끔 배달이 늦어질 때도 있습니다.

[이상민 / 카페 사장]
"오래 기다리셨으니까 날카로울 수 있는데 ‘왜 이제 가져오냐’ 하는 분도 계시죠. 반품, 취소해달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장사를 해도 남는 게 없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배달에 뛰어드는 겁니다.

수요에 비해 배달원이 부족한 상황이라 새해 들어 기본 배달비는 또 올랐고 각종 할증까지 추가되고 있습니다.

"수입과 효율성을 계산해보니까 제 매장에 들어오는 배달을 처리하는 것보다 다른 배달을 더 많이 해서 수입을 좀 더 얻는 게 (낫다)."

"우리가 만난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가 덮친 이번 겨울을 힘겹게 이겨내고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김철웅입니다."

woong@donga.com
PD : 김남준 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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