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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는뉴스]68년 기다린 조국의 손길…유해발굴 현장
2018-11-01 19:59 뉴스A

6.25 전쟁 당시 전사한 군인들의 유해를 찾아내는 일을 전담하는 부대가 있습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인데요,

마지막 한 명의 전사자까지 가족과 조국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숭고한 임무입니다.

허욱 기자가 직접 수행해봤습니다.

[리포트]
남북 공동유해 발굴의 첫 성과가 전해진 것은 지난달 25일.

강원도 철원의 화살머리고지였는데, 휴전 직전 중공군의 총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백병전이 펼쳐졌습니다. 

3년 넘게 치러진 6.25 전쟁 당시 한반도 전체는 거대한 전투장이었습니다.

치열했던 전투만큼 전쟁의 상흔은 우리 땅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전쟁 초반부 국군이 구축한 낙동강 방어선의 목젖, 경북 영천도 마찬가지.

[강재민 /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발굴2팀장]
"거리상으로는 1.8km 정도 되는데 시간은 50분 정도 소요됩니다. 점점 가팔라지기 때문에. (점점 가팔라진다고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함께 도착한 곳은 의성-보현산 전투 지역.

[허욱 기자]
"6.25 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을 두고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518고지에 도착했습니다.

유해가 있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에 지금 이곳에서 발굴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저도 장병들과 함께 해보겠습니다."

장병들이 일제히 호미질을 시작합니다.

[현장음]
"너희가 땅을 판 곳은 두 번 다시 안 와. 또 안 한단 말이야. 68년 동안 찾아주길 기다리셨을 거야. 힘들더라도 열심히 하자. (네)"

뼈 한 점이라도 놓칠새라 오전 내내 호미질을 반복해 보지만 성과가 없습니다.

50m 떨어진 다른 지점.

치아 석 점을 발견하면서 발굴에 속도가 났지만 신체 주요부위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습니다.

[현장음]
"확장 범위를 이쪽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살짝 틀어서 해봐. (네 알겠습니다.)"

못 보고 지나친 뼛조각이 남아있을까 봐 걷어낸 흙을 다시 한 번 체에 걸러냅니다.

[현장음]
"어? 탄두 찾았다"

탄두와 탄피에서부터 수류탄, 전투화 밑창까지 발견되는 모든 것들은 참혹한 전장이 남긴 상흔들입니다.

주변엔 국군이 몸을 숨겼던 자그마한 호도 눈에 띕니다.

[현장음]
"(사람 한 명이 딱 웅크릴 수 있는 정도 크기네요.) 이쪽은 저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적들을 방어하고 계셨겠죠. 이쪽 지역은 방어전투니까."

유해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다음 날, 경북 칠곡으로 향했습니다.

다부동 전투가 벌어졌던 숲데미산 351고지.

마치 나뭇가지 같은 왼쪽 허벅지 뼈 유해가 보입니다.

그 옆에 새로 발견된 건 오른쪽 정강이뼈.

[배대장 /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발굴3팀장]
"박격포탄을 맞아 전사하셨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짐승이 유해를 물고 다녔을 수도 있고요."

[현장음]
"(조심조심해야겠네요.) 네 세밀하게."

온 신경을 붓 끝에 집중하고 흙을 벗겨 내자 유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68년의 기다림 끝에 전사자가 조국의 빛을 보는 순간.

[현장음]
"호국 영령님께 대하여 경례!"

6.25 전쟁 중에 전사했지만 여전히 가족과 친지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유해는 무려 12만여 구.

유해발굴감식단의 발걸음은 오늘도 멈출 수 없습니다.

[현장음]
"그들을! 조국의 품으로!"

채널A 뉴스 허욱입니다.

wookh@donga.com

연출 : 윤순용 홍주형
그래픽 : 박정재 박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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