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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서울의 마지막 달동네…104마을의 우울한 겨울
2018-12-24 20:02 사회

마을 대부분이 공동화장실에 의존하고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 서울에 있습니다.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104마을인데요.

50년 전 지어진 허물어져가는 집에서 연탄 몇 장에 의지해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 사람들

이서현 기자의 더깊은뉴스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창고에 쌓인 연탄을 옮기는 72세 할머니.

눈이 내리면 꼼짝없이 집 안에 갇히기 때문에 거실로 들여놓는 겁니다.

[임인임 / 104마을 주민]
"(난로에 연탄이) 하루에 네장 들어가. 나르려고 미리미리. 그리고 여기 눈 오면 못 해."

50년된 할머니 집은 한눈에도 위태로워 보입니다.

변변치 않은 지붕탓에 장판과 바닥재를 쌓아 새는 비를 막았습니다.

[임인임 / 104마을 주민]
"다 내 손으로 한 거지. (수리를) 좀 해달라고 하면 집주인 승낙을 받아야한다 이거야."

이웃 집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기울어진 벽은 철근과 끈으로 임시 고정했고 무너져내린 곳은 나무 판자와 비닐로 막아둔 채 생활합니다.

[이용환 / 104마을 주민]
"여기 옥상에 비오면 물 다 떨어진다고 대야 받쳐놓고 비 오면, (천장이) 썩어가지고 다…"

세월을 견디지 못해 무너져 내린 집들이 많고, 주민 수도 3분의 1로 줄어 이제 500여 가구만 남았습니다.

[현장음]
"이게 다 흙이 섞여있거든.
이렇게 손만 닿아도 벽이 다 부서진다고"

[이서현 기자]
"1971년 개발제한구역으로 설정된 이 마을은 50년 전 주거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요

흙으로 지어진 집들은 곳곳에 금이 가있고 약간의 힘만으로도 쉽게 바스라집니다."

어지럽게 얽힌 전선이 휘감고 있는 건물은 화재에 취약해 보이고 골목길은 좁아 소방차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서울 중계동 104번지에 있어 104마을로 불리는 이곳은 1960년대 용산·청계천 판자촌 철거로 갈곳을 잃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만들어 졌습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주민들은 고령의 세입자가 대부분입니다.

땅과 건물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집고치는데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104마을 주민]
"집주인이 벌써 3명 바뀌었나 그랬을 거야. 수리를 좀 해달라고 하면 집을 비워달라고 나가달라고 그래."

지난해 결정된 재개발이 속도를 내 임대주택을 받는게 유일한 희망입니다.

[강정순 / 104마을 주민]
"추운 거는 말도 못하죠. 이게 사람 사는 겁니까. 여기가 빨리 개발 됐으면 좋겠어요. 나뿐아니라 다 마찬가지 생각이에요"

하지만 건축가와 투자자들이 재개발 방식을 놓고 의견이 충돌하면서 진척이 없습니다.

공공건축가들은 마을의 모습과 지형을 보존하기 위해 저층과 고층 아파트를 구분해서 설계했는데

[조남호/건축가]
"풍광에 어울리는 저층과 고층이 조화돼 있는 단지를 만들면 그게 훨씬 더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는 거죠"

투자자들은 일정한 층고의 아파트 단지 확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황진숙 / 104마을 주민대책위원회]
"산자락 앞에 25층이 자리하고 있어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거고. 저층은 4~5층이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서울시와 시공사 측은 설계안 조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SH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
"앞으로가 문제인거죠. 일단 상정된 일정은 딜레이된거죠. 2019년 철거였는데 그거는 좀 조금 힘들어질 수 있지요."

최종결정이 미뤄지면서 원주민들은 또 한번의 추운겨울을 보내야 합니다.

[송귀덕/ 104마을 주민]
"재개발한다고, 하네하네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파트 짓는 것도 못보고 죽게 생겼어. 내가 여든일곱살인데."

채널A 뉴스 이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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