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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선이 간다]‘왕릉 조망’ 책임 공방에 입주 예정자만 속앓이
2021-10-07 19:58 뉴스A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왕릉의 조망을 가린다는 이유로 신도시 아파트 수천 세대의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문화재청과 지자체, 그리고 건설사가 책임 공방을 벌이는 사이, 아예 아파트를 철거하라는 국민청원까지 확산되며 사태가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가장 애가 타는 사람들은 내집 마련이 불안해진 입주 예정자들입니다.

제가 직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09년 조선 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전문가와 김포 장릉을 돌아봤습니다.

[이창환/ 상지대 환경조경학과 명예교수]
인조가 왕이 된 다음에 굉장히 신경을 써서 한 자리죠. 인조반정 이후에 자기 왕권이나 자기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서 (아버지 묘를) 다른데서 이장해 온 것이에요.

아들 인조의 파주 장릉과 아버지인 원종의 무덤인 김포 장릉, 그리고 계양산이 일직선에 놓인 게 특징입니다.

그런데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가 왕릉에서 보이던 계양산을 완전히 가렸습니다.

[현장음]
여기서 이렇게 보면 계양산의 끝머리가 산에 맞춰져있었거든. 그게 조선왕릉의 특징인데.

[이창환/ 상지대 환경조경학과 명예교수]
만약에 이렇게 계속 불법적으로 짓는 것을 오케이하고 가면 세계 유산 관리는 엉망이 되는 것이고 등재에 탈락이 되는 그런 불행으로 갈 수도 있겠죠.

그런데 문화재청이 뒤늦게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문제가 커졌습니다.

내년 여름 입주를 앞뒀던 3400여 가구 입주 예정자들이 발만 동동 구르게 된 상황.

[박영민 / 입주예정자]
여론이 너무 안좋아서 다 철거해야 한다고 하고 저희 입주자들이 불안해서 잠을 못자요.

[박영민 / 입주예정자]
내 집이면 철거하라고 말씀들을 하실 수 있을까…건설사에 보상받으면 된다는데 대기업도 아니고 중소 건설사인데 만약에 여기가 도산해버리면 그것도 문제잖아요. 법적 싸움에 가면 4년에서 8년 걸린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해결될 때까지 저희 집이 없잖아요.

입주자 대부분이 새 아파트에 못 들어가면 갈 곳이 없어지는 실수요자들입니다.

[박영민 / 입주예정자]
요즘 집 구하기 어렵잖아요. 분양가도 너무 많이 올라버렸고 저희가 똑같은 조건으로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집을 대체제를 만들어주셔야 저희도 납득하지 않을까.

공사 중단과 관련된 건설사 세 곳은 억울하다며,문화재청의 재심의를 받기로 했습니다.

[건설사 관계자]
"알았으면 당연히 심의를 받았지. 대체 왜 몰랐느냐에 대해서 인천 서구청이 문화재청으로부터 노티스를 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아파트 건축에 대해서 허가를 해준 거고."

김포 장릉 외에도 수도권 상당수 왕릉이 정부의 개발 예정 지역 안에 포함된 상황.

비슷한 사각지대가 또 생길 수도 있습니다.

[입주 예정자]
"문화재청에서는 늦게 발견됐다. 건설사에서는 승계받은 줄 알았다. 이렇게 서로 핑퐁만 하는 것이잖아요. 서로 책임을 안지려고 하니까 애꿎은 입주자만 피해를 보는 상황인 것 같아요. "

여인선이 간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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