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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간다며 계산 안 하고 ‘먹튀’…“감시하는 게 비참”
2022-05-02 19:36 뉴스A

[앵커]
요즘 힘든 자영업자들이 참 많은데, 식당에서 술과 안주를 먹고는 도주하는 '먹튀'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상인들은 돈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크다고 말합니다.

백승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도봉구에 있는 호프집.

중년 여성이 웃옷을 들고 일어나 남성에게 무언가 말하더니 가게 뒷문으로 나갑니다.

조금 뒤 남성도 겉옷을 챙겨 입고 따라 나섭니다.

두 사람이 호프집에 들어온 건 지난달 27일 오후 9시 반쯤.

한 시간 동안 술과 노가리 1만 6천 원어치를 먹고는 계산도 하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피해 호프집 사장]
"(아르바이트생) 옆으로 지나가면서 '화장실 비밀번호가 뭐였더라' 이야기하며 지나갔다고 하더라고요. 알바생 느낌이 좀 이상했대요."

비교적 소액 사건이지만 사장은 절망감을 느낍니다.

지난 2년간 단 한 명의 손님도 받지 못하고 문을 닫은 적도 여러 번.

[피해 호프집 사장]
"언젠가 다시 일어나겠지, 언젠가 다시 잘 되겠지. 그런 생각으로 계속 버텼거든요."

이번 사건으로 사람에 대한 믿음마저 무너져 내렸습니다.

비슷한 손님이 또 있을까봐 화장실을 지켜보는 자신을 발견한 겁니다.

[피해 호프집 사장]
"담배 피우는 척하면서 나가서 화장실 쪽을 쳐다보게 되고 계속 노이로제처럼 이렇게 있다 보니까…제가 너무 한심하고 어이없고, 비참하더라고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딱한 사정을 접하고는 도주한 남녀를 찾기 위해 술병에 남긴 지문까지 채취했습니다.

지난달 13일엔 수원의 선술집에서 남성 3명이 15만 원어치 술과 안주를 먹고 달아나기도 했습니다.

[피해 선술집 사장]
"있는 대출 없는 대출 다 받았었죠. 열심히 해보겠다고 아침부터 새벽까지 하는데…그러니까 더 열불이 끓어오르는 거죠."

거리두기 해제에 재기를 꿈꾸는 자영업자들.

일부 취객의 양심 불량은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백승연입니다.

영상취재 : 박연수
영상편집 : 이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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