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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길어봤자 2년, 속 시원히 폭행”
2017-09-10 19:37 사회

10대들의 잔혹한 소년범죄가 도를 넘었습니다.

죄책감도 없고 처벌에 대한 두려움도 없습니다.

소년법을 아예 없애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데요, 과연 무엇이 해답일까요?

길을 잃어버린 소년법, 더깊은뉴스, 최주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또 맞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밖으로 내몰린 10대들 소년법 폐지가 해법일까?

온 사회를 경악케 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한 모양 / 피해 학생]
"그 언니들이 죽이고 싶다고 그냥 막 때렸어요. 옆에 있는 애들한테도 너희들 다 신고하면 얘처럼 똑같이 만든다고 하고…"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강릉과 서울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어른 뺨치는 잔혹한 범행 수법, 범행 후에도 죄의식 하나 없는 모습은 할 말을 잊게 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20대 대학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2012년 창천동 대학생 살인사건, 10대 소녀를 성폭행하고
시신을 장롱에 숨긴 용인 장롱 살인 사건’.

그리고 택배 기사로 위장한 뒤 50대 주부를 살해한 광주 살인 사건과

인천에서 발생한 초등생 살인 사건까지.

10대 청소년들의 잔인한 범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깊은 밤, 경기도의 한 유흥가.

취재팀은 골목 구석에 모여있는 아이들을 주목했습니다.

삼상오오 모여 담배를 피운 뒤 패스트푸드 식당으로 모여드는 아이들,

자리에 앉아 꺼내든 건 바로 화투였습니다.

콜라를 마시며 밤새 화투를 치는 아이들. 가출한 청소년들이 만든 모임, 소위‘'가출팸' 입니다.

[A양 / 가출 경험 청소년]
가출 청소년 끼리끼리 돌아다니는 것이죠. 그게 바로 가출패밀리.

집을 떠나 할 일도, 돈도 없는 아이들. 쉽게 범죄의 유혹에 빠져듭니다.

[A양 / 가출 경험 청소년]
"(남자애들은) 가다가 만만한 애들한테 가서 때리겠죠. (여자애들은) 제일 쉬운게 보도랑 조건만남이니까. 한번 하는데 50~40만 원 씩 들어오잖아요.”

처벌에 대한 두려움은 잠시뿐, 어린 나이를 악용하는 법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가출 청소년들]
(소년법으로) 길어봤자 2년인데, 어차피 들어갔다가 나올 거 완전히 그냥 사람 죽이고 다니겠다는 애들도 있고, 속 시원하게 다 때리고 들어간다고”

집을 나온 청소년들은 정부 추산으로만 매년 22만 명.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곳곳에 쉼터가 마련됐지만 관리는 아예 엄두도 못냅니다.

일부 청소년들은 전국의 쉼터를 돌며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쉼터 관계자]
"거의 전국에 있는 쉼터를 다 돌아다녀요, 아이들이 여행을 떠나는거죠, 여기 놀러왔으면 며칠 있다가, 서울 가면 서울 며칠 있다가"

학교도 이들의 손을 놓은지 오랩니다.

청소년 상담소에서 만난 18살 한 모군.

꽉 짜인 생활이 싫어 지난해 학교를 떠났습니다.

[한철수(가명)]
"(3년 동안 학교를 몇 번 옮겼죠?) 3번. 집에서도 별 신경 안 써주고. (선생님은) 수업 방해되니까 그냥 자라고 하고."

멋있어 보이고 싶어 저지른 첫 범죄.

주변에선 막는 사람도, 관심도 없었습니다.

[한철수(가명)]
"첫 번째는 폭행이요. 신고하면 보복하고 또 때리고 (소년원은) 두 번 가봤어요. 전과도 안 남고 소년법이니까 재판 날짜 잡히면 많이 자랑하고 다녔죠.”

지금은 마음을 바꿔먹고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한 군, 현재의 소년법이 청소년들을 괴물로 만든다고 말합니다.

[한철수(가명)]
"청소년들이 사고 많이 쳐요. (법이) 가벼우니까. '성인들 봐봐 무기징역 받고 사형받는데 우리는 좋은 것이지’하고 사고치고."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이후 청와대에 올라온 소년법 폐지 청원은 26만 명을 넘었습니다.

처벌 규정이 약해 아이들이 범죄를 더욱 쉽게 저지른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정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감정에 휩쓸린 성급한 결정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표창원 / 민주당 국회의원]
"소년법에 나와있는 많은 규정들, 절차들 이걸 엄정하게 제대로 집행하고 이행만 해도 재범 방지를 할 수 있습니다."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가정과 학교에는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아이들 개인에게만 형사처벌을 시켜 가지고 전부 교도소로 보낸다, 그러면 아이들이 교도소 안에서 사회화가 될까요?"

8년째 비행 청소년들을 바로잡는 '호통 판사'로, 이들을 위한 대안 가정 운동을 벌이고 있는 천종호 부산지법 판사.

엄격한 처벌 못지 않게 처벌 이후의 대책도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천종호 / 소년 재판 부장판사]
"우리가 손 놓고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들에게 조기에 개입해서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10대 청소년들의 잔인한 범죄들은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닙니다.

5년 뒤, 10년 뒤 이들이 또 다른 범죄자로 돌아오지 않도록 할 우리 사회의 관심과 깊은 성찰이 요구됩니다.

채널A 뉴스 최주현입니다.

연출 김남준
글·구성 전다정 장윤경
영상취재 김현승
그래픽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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