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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분노 폭발’ 주차 전쟁…제도 유명무실
2017-12-18 19:46 뉴스A

우리나라에 등록된 차량은 무려 2천 2백만 대가 넘습니다.

한 집당 1대가 넘는 차를 갖고 있는 셈인데요,

이렇게 차가 많다보니 골목길마다 주차전쟁이 치열해지고, 화를 참다 못해 이웃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일도 있습니다.

이런 주차전쟁의 실태와 원인은 무엇일까요.

박건영 기자의 더 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골프채를 든 채 나타난 남성.

차량을 마구 부수더니 유유히 빠져나갑니다.

다른 차 때문에 자신의 차량을 빼지 못하자 화가 나서 저지른 일이었습니다.

[건물 경비원]
“사무실에 있으니까 싸우는 소리가 나더라고. 전화를 해서 (차를) 빨리 빼라고 하는 거야.”

사건이 벌어진 지하주차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이중 주차된 차들로 주차장은 이미 만석입니다.

157세대가 살고 있는 이 오피스텔의 주차면수는 49면.

그나마 37면은 대형 승용차가 들어갈 수도 없는 기계식 주차장입니다.

아파트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아침 8시, 출근길에 나선 김유미 씨는 한숨부터 나옵니다.

[현장음]
“아저씨 차 좀 잠깐 도와주시겠어요? 요거. 앞뒤로. 이거 이쪽으로만 조금 밀어주세요.”

경비원과 함께 이중주차된 차를 밀고 나서야 겨우 차에 오릅니다.

그새 30분이 지났습니다.

[김유미 / 아파트 주민]
“너무 힘들죠. 저 임신 중에도 배가 나왔는데도 차를 민 적도 있어요. 애 둘 낳았는데도 그렇게 다 차 밀면서 다녔고요."

경비원들이 아침저녁으로 대리주차 요원이 되는 곳도 있습니다.

[경비원]
“운전면허가 없으면 경비 취직을 못 해요. 많이 하는 날은 100대씩 뺐다 박았다 하거든. 경비업무가 주 업무가 아니라 주차 관리가 주 업무라니까.“

40년 전 아파트를 지은 이후 가구당 차량은 크게 늘었지만 주차장은 그대롭니다.

주택가 골목길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박건영 기자]
“지금 시간 9시를 조금 넘어가고 있는 시각입니다.

다세대주택이 밀집된 지역인데요.

도로 한가운데에는 이처럼 차들이 빼곡하게 불법주차 돼 있어 차는커녕 사람조차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의 길만 있습니다."

곡예 운전하듯 자리를 찾는 퇴근길 차들.

금방이라도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이 이어집니다.

[현장음]
“어어어…”

[현장음]
“아 부딪혀!”

[방모 씨 / 인근 다세대 주택 거주자]
"사람들 지나가기도 힘들어서 매번 싸워요, 이 동네는 어쩔수 없어요"

심각한 주차갈등은 강력범죄로 종종 이어집니다.

지난 6월 수원에서는 도끼로 상대방 차량을 부순 뒤 운전자에게도 도끼를 휘둘렀습니다.

부천에선 주차 시비를 벌이던 남성이 이웃집 30대 여성 2명을 잔인하게 살해했습니다.

주차 시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소방차 출동을 동행 취재해 봤습니다.

긴급차량이 오히려 불법 주차 차량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현장음]
"그쪽 좀 봐 주세요! (응 잘 볼게.) (이쪽은 괜찮아. 이쪽 차는 벤츠야.)"

끝내 차주와 연락을 시도합니다.

[현장음]
“차를 빼 줄 수 있어요? 좀 빼주세요.“

서울시의 경우 전체 주차장 규모는 398만 면이 넘습니다.

등록된 차량 308만 대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빌딩과 각종 상가주차장, 공영주차장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아파트와 빌라, 일반주택 같은 거주지 주차장은 훨씬 적습니다.

[최기주 /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차가 돌아다니는 궤적 상에서 주차장이 요소요소 계속 필요하잖아요. 적어도 (주차장 확보율이) 200%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지자체마다 공영주차장을 만들고 있지만 이것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서울 광진구 00 공영주차장 관리자]
"여기는 최하 2~3년 이상 기다려야 해요. 배정된 면수가 나야 들어올 수 있는 시스템인데 나가는 분이 없으면 계속 그냥 대기로만 남아있는 거죠.”

자동차 문화 선진국인 일본은 1962년부터 모든 차량의 차고지증명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화물차와 영업용 차량에만 차고지 증명제가 적용됩니다.

현행법상 개인 주택은 가구당 1대의 주차장을 설치해야 하지만 세입자 차량이 있는 경우도 많아 사실상 유명무실합니다.

원룸형 주택은 가구당 0.6대의 주차장만 설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 자체가 주차장이 부족해도 건물신축이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김도경 /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
"세대당 한 대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과거에 만들어진 기준이다 보니까 현실 여건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자동차 2200만 대 시대.

공영주차장 증설 같은 주차면적 확대뿐 아니라 주택법 강화와 같은 제도적 개선이 시급합니다.

채널A 뉴스 박건영입니다.

change@donga.com

연출 김지희
글·구성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김민수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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