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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제자 ‘알바’ 시켜 돈 뜯은 코치
2018-03-06 11:41 뉴스A

한 고등학교 레슬링 코치가 제자들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최근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돈을 상납한 이유는 혹독한 훈련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일부 선수들은 돈을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까지 했습니다. 학교 스포츠의 검은 사슬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김유림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이 분이 코치예요." 

만두처럼 찌그러진 귀. 지난 5년간 레슬링 매트 위에 흘린 땀 방울의 결과입니다. 

김 모 군(가명)은 재작년 전국 대회에 나가 동메달을 딴 유망주지만 꿈이었던 레슬링을 그만 두기로 결심했습니다. 레슬링부 코치 A씨의 가혹 행위를 견딜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코치님 입금했습니다^^" 
"입금했습니다" 
"월급 들어오면 연락드릴게요~" 

김 군과 A 코치 사이에 오고 간 SNS 메시지. 코치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보낸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송금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득달같은 재촉이 빗발쳤습니다. 

"어찌된거지?" 
"아직도야?" 
"얼마나 밀리는데?" 

김 군은 결국 대학생 형들도 힘들어하는 택배 상하차 알바까지 시작했습니다. 매번 2만 원씩 꼬박꼬박 보낸 돈은 어느새 수백만 원에 이르렀다고 김군은 주장합니다. 

[김 군/ 전 고교 레슬링 선수] 
"택배를 계속 한 달 동안 계속 뛰다가 구찌 신발 사주고 가전 제품 이런 거 사주고. 가스비인가 내달라고 해서 내주고" 

이 아르바이트를 하다 김군의 허리 디스크까지 파열됐습니다. 

A 코치는 딴 일을 알선해줬고, 그 댓가로 더많은 돈을 요구했다고 김군은 진술했습니다. 

[김 군/ 전 고교 레슬링 선수] 
"코치님이 '다른 아르바이트 찾아봐' 제가 '못 찾았어요' 그랬더니 친구분이 고깃집 하고 있는데 거기서 제가 들어가게 됐어요." 

가혹한 폭력이 두려워 레슬링을 그만두지도 못했습니다. 

[김 군/ 전 고교 레슬링 선수] 
"웅얼웅얼 말하니까. 빰을 때리셨어요. 백 대 맞고 참으면 그만두게 해준다고…백대 맞을래, 그냥 운동할래" 

[김 군 가족] 
"택배 알바 상하차라는 게 극한 직업으로 꼽힐 정도로 센 노동 강도잖아요. 애들 인생이 걸린 일이에요." 

기자는 "A코치에게 돈을 상납했다”는 또 다른 학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박 군 / 고교 레슬링부] 
"저도 했었어요.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고 7만원을 받으면 저는 2만 원 가지고 5만원은 코치님에게 갔어요." 

김군 가족들이 SNS로 추궁하자, A 코치는 "받은 돈을 돌려주겠다"며 김군에게 사과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는 김 군이 감사의 뜻으로 자발적으로 준 돈을 받았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A씨 / 레슬링부 코치] 
"자전거 선물을 사준다고 해서 그거는 제가 받은 건 설명을 드렸어요. (김 군) 할머니도 찾아뵙고 죄송하다고 사죄를 드렸는데 학교 측은 "두 사람 사이의 일"이라면서도, 사건의 확대를 꺼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중고교 관계자] 
"재계약은 안 하는 걸로 하고. 코치는 그동안 쌓은 정 때문에 있었던 금전 거래 정도로 해석하는 거지." 

10년 전 베이징 올림픽 때 태권도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지방의 한 명문 체육고, 2년 전, 태권도부 코치가 협회 임원에게 로비해야 한다며 학부모들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00체육고교 관계자] 
"학부형들 돈 없어 가지고, 한 달에 38만 원 씩 내려면 보세요. 말이 됩니까, 시골에서." 

문제가 커지자, 학교측은 태권도부를 전격 해체했고, 태권도부 학생 수십 명은 졸지에 전학을 가야만 했습니다. 

전국 초중고교의 스포츠 코치는 4천여 명. 교육청이나 체육회의 추천을 받아 학교와 계약을 맺은 '비정규직'입니다. 

그러나 선수와 학부모들에게는 막강한 존재입니다. 

[김두현 / 한국체대 스포츠안전학과 교수] 
"학생을 추천한다거나 진학한다거나 등급 결정이나 이런 걸 코치가 결정하니까. 생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거죠, 코치가." 

전문가들은 코치들의 보수와 신분을 보장해주는 대신, 학교 측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원영 / 한국엘리트스포츠지도자연합회장] 
"체육에 관련된 지도자는 정규직이 한 명도 없습니다. 훌륭한 직장을 줘서 먹고 살 수 있게 하고 후배를 양성하는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학생 선수들. 이들의 꿈을 지원하는 코치들이 검은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해묵은 악습을 뿌리뽑아야 할 시점입니다. 

채널 A 뉴스 김유림입니다. 

rim@donga.com 

연출 송 민 
글구성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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