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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딛고 마라톤 도전…남편과 무한 질주
2017-10-06 19:50 사회

시력을 잃은 뒤 마라톤에 도전해 풀코스만 300번 넘게 뛴 사람이 있습니다.

남편의 손을 잡고 달리는 시각장애 마라토너 김미순 씨를, 이현수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318번째 풀코스 마라톤에 나선 김미순·김효근 부부.

앞을 못 보는 아내의 옷 매무새를 다듬고, 신발 끈을 매주고, 인파 속으로 들어갑니다.

[현장음]
출발!

두 사람이 손을 잡고 함께 뛰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만성염증 질환인 희귀병 베체트병 진단을 받고 완전히 실명한 뒤였습니다.

실명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마음의 고통이었습니다.

[김미순 / 시각장애 마라토너]
"삶을 포기하고도 싶었고, 빨리 늙었으면 좋겠고. 여러 가지 나쁜 생각 많이했어요."

운동하지 않으면 더 나빠진다는 말에 시작한 마라톤.

[김미순 / 시각장애 마라토너]
"내가 먼저 뛰고, 남편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 굉장히 참 어려운 문제였겠구나. (스트레스 받는 문제였지)"

부부는 서로를 끈으로 묶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5년 첫 풀코스에 도전해 성공했습니다.

[김미순 / 시각장애 마라토너]
"소화가 안 되고 막 긴장이 되는거야 잠도 안오고. 남편도 소주를 한 잔 마시더라고요. (전날에요?) 아니요. 뛰기전에.
'자기 왜 먹어' 했더니 '아휴 긴장이 돼가지고, 내가 너를 안 넘어뜨리고 뛰어야하는데 걱정이다'…"

2007년엔 훨씬 더 먼 거리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했습니다.

308, 537, 622.
우리나라에서 '울트라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6명 중 장애인은 김미순 씨 뿐입니다.

부부는 집에서 가게까지, 매일 산을 넘어 다닙니다.

아내를 위해 주변 풍경을 얘기해주는 것도 남편의 역할.

[김효근 / 시각장애 마라토너 김미순 씨 남편]
"우리는 둘이 좋아서 결혼했고 연애해서 결혼한거니까 누가 밀어서 결혼한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까 우리는 소리가 안 나.
이게 하여튼 나의 책임이구나, 이게 숙명이지 않나 이런 생각 가져요."

송도 마라톤에선 함께 바다를 봤습니다.

[현장음]
파이팅! 어휴 고생했어.

부부의 목표는 사하라, 고비,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을 달리고 남극 마라톤에 도전하는 겁니다.

[김미순 / 시각장애 마라토너]
"60대에 생각하면 50대의 내가 지금 최선을 다해 살아도 후회하는 게 많을거예요. 후회를 적게하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어요."

채널A뉴스 이현수입니다.

soon@donga.com
영상취재 : 한효준 홍승택
영상편집 : 이혜진
그래픽 : 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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