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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브레이크없는 1인 방송…“우린 규제 없어요”
2017-08-24 19:56 사회

요즘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혼자서 방송하는 '1인 방송'이 유행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규제가 없다보니, 낯뜨거운 영상과 욕설이 난무하고 심지어 1인 방송을 보고 살인까지 이어졌습니다.

어린이들까지 무방비로 노출되는 1인방송의 문제점과 실태, 김남준, 박건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5일 8시 20분 쯤, 한 남성의 모습이 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이 남성은 잠시 뒤 이 근처 1인 미용숍 여사장을 무참히 살해했습니다.”

검은색 가방을 든 남성이 건물 주변을 어슬렁거립니다.

곧 건물 1층에 있는 여성 A씨의 1인 미용숍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2시간 뒤, 30대 여사장 A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됩니다.

[건물 관리인]
"놀랐죠. 집에서 잠자는데 형사들 수십 명이 있으니까 세입자들이 와봐야 된대서… "

경찰은 신고를 받은지 7시간 만에 범행 장소에서 불과 1킬로미터 떨어진 길에서 30살 남성 배모 씨를 체포합니다.

이미 여사장한테서 훔친 체크카드로 현금 200만 원을 인출한 상태였습니다.

군 제대 후 2년간 별다른 직장 없이 빚만 쌓여간 배 씨.

담당 경찰은 "범인이 자포자기한 상태였다며 검거 당시 어떤 저항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의 첫 재판이 있던 지난 18일,

피고인석에 앉은 배 씨는 범행 전후 CCTV에 촬영된 모습처럼 담담해 보였습니다.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는 변호인의 말에도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범인의 자백과 명백한 증거, 이 범죄는 전형적인 강도 살인 사건으로 막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취재과정에서 확인된 사실 한가지가 취재수첩을 덮지 못하게 했습니다.

사건 두 달 전부터 남성은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배 씨는 지난 5월 우연히 한 BJ의 인터넷 방송에서 혼자 미용숍을 운영하는 피해 여성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남성이 봤다는 1인 인터넷 방송입니다.

[현장음]
"이렇게 미모를 가지고 계신분이 남자친구가 없다니"

[현장음]
"여기 이름이 뭐에요? 상호.
(0000 이요)
위치하고 주소도 말씀하셔도 되지 않아요?"

남성 BJ가 여사장의 1인 미용숍 찾아가 미용시술을 받는 과정이 담겼는데 미용숍의 위치, 홀로 일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여사장을 상대로 한 BJ의 노골적인 성적 표현들이 가감없이 방송됐습니다.

이 방송을 본 범인의 심리는 어땠을까.

범죄 프로파일링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현장음]
"이거는 뭐 음란물 못지않은 자극이 될 것 같애."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뭔가 해소해 보려는 (범인이) 자포자기 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이 자극적인 동영상의 주인공이라도 한번 만나나 보자”

숨지기 전 여사장은 이 동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BJ 측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어딘가로 영상은 이미 퍼진 뒤였습니다.

해당 BJ는 방송을 통해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습니다.

이 BJ는 누적 시청자 수 2억 명, 가장 인기는 인터넷 1인 방송 BJ 중 한 명입니다.

채널A 뉴스 김남준입니다.

고함을 지르며 청소년에게 간장을 들이붓고,

우아아아아아~

낯 뜨거운 영상과 대화가 오가는 화면에는댓글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집니다.

[현장음]
야했어요, 여러분? 그랬어?

시청자가 선물하는 현금 아이템부터 협찬 광고까지. 잘나가는 1인 방송인의 한 달 수익은 수천만 원에 달합니다.

[현장음]
와 천사! 고마워

초등생들 사이에서도 1인 방송은 큰 인깁니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가 하면, 1인 방송인을 꿈꾸는 아이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이채현 / 초등학교 3학년]
(왜 BJ를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댓글도 많이 달아주고 댓글로 어떤 거 해보세요 이런 것도 재밌어 보였어요."

한 조사에서는 10대 청소년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지난 일주일 새 1인 방송을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요 관심사로는 게임과 먹방 등이 꼽혔습니다.

문제는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영상과 언어가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것.

급기야 운전을 시키거나 겨자가 잔뜩 든 초밥을 먹이는 식으로 아이를 학대하는 방송도 등장했습니다.

[김재준 / 초등학교 2학년]
"이상했어요. 게임하면서 욕하고. (왜 봤어요?) 심심해서 재미로."

[장승호 / 초등학교 4학년]
"재미 있으면서 이상해요"

성인을 입증해야 하는 절차가 있지만 무용지물입니다.

부모 등 주변 성인의 개인정보만 있으면 맥없이 뚫립니다.

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김해숙 / 학부모]
"애들이 그렇게 자극적인 걸 보면서 이게 일상이구나 오해할까 봐. 대다수의 사회생활이 그렇지 않은데. 그게 좀 걱정이에요."

[윤홍균 / 정신건강의학 의사]
"반복적으로 자극에 노출되는 청소년들은 점점 내성이 생겨서 가치관 형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1인 방송 중계 회사 관계자]
"저희가 모니터링도 24시간 3교대로 하고 있지만 (전부 다 확인하긴) 힘들 수도 있죠. 방송이 많을 땐 7000개까지 열리니까요."

[한명호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기획팀장]
"과도하다는 정도가 어디까지인지 판단할 때에는... 개인 인터넷 방송이 신매체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

'대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하고 있는 나동현 씨.

자극적이지 않은 방송으로도 청소년들에게 꾸준히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나 씨가 주장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정 노력입니다.

[나동현 (대도서관) / BJ]
"자극적인 분들은 수익이 목적인데 본인이 그렇게 해선 수익이 안 난다는 걸 정확히 파악하셔야 할 것 같고요."

우후죽순 퍼져나가는 1인 방송은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현재로선 규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박건영입니다.

연출: 이민경
글·구성: 남윤지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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