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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무보수 동대표에 목매는 사람들, 왜?
2017-08-31 19:37 뉴스A

아파트마다 각 동이나 단지를 대표하는 대표자가 있죠.

그런데 이들을 뽑는 선거에서 정치판보다 더 심각한 비리가 판치고 있습니다.

대부분 무보수인데… 왜일까요?

변종국 기자의 [더깊은뉴스] 입니다.

[리포트]
캄캄한 새벽 아파트 복도로 들어서는 남성.

큼지막한 벽보를 붙입니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붙인 벽보는 피해자가 수거한 것만 80여 장에 달했습니다..

[김모 씨 / 피해자]
"주민이 전화가 온 거예요. 뭐가 (문 옆에) 붙어있다고. 갖고 와서 주는데 엄청 놀랐어요. 놀라서 손발이 달달 떨리고.”

벽보에는 동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 모씨의 과거 범죄사실이 자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김모 씨 / 피해자]
"이런 걸 애들이 보면 엄마라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래서 사람이 죽고 살고 할 수 있구나."

주민들도 당혹스러워합니다.

[아파트 주민]
"(벽보 보신 적 있으세요?) 예. 봤습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에요. 정말 잘해보겠다고 나온 사람을 무자비하게…"

[아파트 주민]
"동대표가 뭔데 이러느냐고.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그러냐고 그걸 왜 못해서 이 난리를 치냐 이 말이에요. 뭐 먹을 것이 있어서…."

개인의 범죄기록은 수사기관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김모 씨 / 피해자]
"(개인이) 요청을 해야 볼 수 있는 건데. (어떻게) 개인한테 들어가서 이걸 집집에 붙여놓을 수가 있는지."

경찰은 김씨와 관련된 사건을 수사하면서 전과기록을 열람한 적은 있지만 외부로 유출된 적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개인 정보를 누가 함부로 (조회를 해요) 수사 목적 아니면 조회 못 해요. 기록에 남아서 걸리는데…"

경찰은 전과기록 유출 경로의 열쇠를 쥔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서울 대치동의 한 아파트 동대표였던 A씨.

3년 치러진 아파트 회장 선거에서 전직 회장에게서 은밀한 지시를 받았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특정후보를 당선시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들과 딸을 선거 참관인으로 배치한 A씨는 투표소를 지키고 있던 경비원을 밖으로 유인했습니다.

그 틈을 타 가짜 투표용지 20장을 투표함에 넣고, 선거인명부에 가짜 서명까지 했습니다.

[아파트 주민]
"대리 서명하고 거기에 (가짜)투표용지를 집어넣었어요. 아들 딸 동원해서까지 선거 부정 선거하는 이런 파렴치한 인간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정선거는 주민 신고로 들통 났습니다.

[아파트 주민]
"선거인명부를 쳐다보니 어? 이게 동일인의 필체 같다는 거죠. 필적 검사 결과 동일인이 대신 싸인 했다는 것이 결과에…"

A씨를 비롯한 관련자 3명은 지난달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변종국 기자]
"아파트 대표 선거당일 투표소를 부수거나 투표장을 막아서는 일뿐 아니라, 조직적으로 투표함을 훔쳐 달아나는 일도 있었는데요,

당선이 불투명해지자 아예, 투표함에 불을 지른 사건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아파트 대표는 급여가 없는 명예직입니다.

그런데도 자리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뭘까.

[변종국 기자]
"동대표와 아파트 대표들은 아파트 관리 명목으로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십 억에 이르는 아파트 관리비 사용처를 의결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아파트 관리비라는 세금을 집행할 막강한 권한이 있는 겁니다."

[송주열 / 아파트비리 척결운동본부 대표]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 정족수 과반수만 확보해서 의결만하면 장기 수선 충당금 100억, 200억도 충분히 집행 가능해요. 주민 입장에서는 견제할 방법이 아무 것도 없어요."

실제로 정부가 전국 아파트 420여 개 단지를 조사해보니 70%가 넘는 곳에서 각종 비리가 적발됐습니다.

대표적인 비리는 예산, 회계비리와 공사업체 선정 위반이었습니다.

현행법상 3백 세대 이상 아파트는 1년에 한 번 이상 회계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회계사 1명이 2백 곳이 넘는 아파트단지를 맡는 경우가 많아 철저한 감사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송주열 / 아파트비리 척결운동본부 대표]
"입주자 대표 회의 보면 아무 의견도 내지 않고 손만 드는 사람들이 많아요. 내용도 모르고 의결하는 거예요.

아파트 대표는 주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뽑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곳곳에서 비리와 부패로 얼룩진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채널 A 뉴스 변종국입니다

연출 김남준 최승희
글 구성 남윤지 이소연
그래픽 김민수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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