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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응급환자 태우고 내릴 곳 없어 ‘맴맴’
2017-09-18 19:50 뉴스A

먼 거리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응급구조헬기로 이송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헬기가 뜨고 내릴 착륙장이 없어서 생명을 살릴 소중한 시간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박건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장음]
"앰뷸런스 준비됐나요? 1시 10분까지 출동하겠습니다."

비상벨이 울리자 의료진들이 헬기장으로 뛰어 올라갑니다.

응급환자를 생각하면 조금도 머뭇거릴 여유가 없는 긴박한 상황.

천안에서 출발한 헬기가 15분 뒤 도착한 곳은 80km 떨어진 충남 청양군 공설운동장입니다.

먼저 와있던 앰뷸런스에서 헬기로 환자가 옮겨지고, 병원으로 다시 출발한 헬기 안에선 한바탕 전쟁이 벌어집니다.

[현장음]
"맥박 체크해줘!"

응급조치로 사투를 벌이며 도착한 병원.

자동차로 왕복하면 2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헬기로는 불과 38분 만에 이동했습니다.

[조현영 / 천안 단국대병원 응급외과의사]
“심정지 상태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습니다. 빠른 시간 심정지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을 했기 때문에 헬기 이송을 통해서 시간을 단축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건영 기자] 
"응급 환자를 병원으로 실어 나르는 닥터헬기입니다.

위기의 순간 환자의 생사를 결정짓는 최소한의 시간, 골든아워를 지키기 위해 신속한 응급처치와 빠른 이송을 책임지고 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헬기 안에는 의료진이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의료 장비들이 마련돼 있습니다.

장비를 통해 병원에 도착하기 전 환자 상태를 진단할 수 있고, 위급할 땐 헬기 안에서 시술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헬기로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선 여러 난관을 넘어야 합니다.

응급환자 이송은 지역거점 응급의료센터에 있는 '닥터헬기' 6대와 주요 소방서에 배치된 소방헬기를 이용합니다.

그러나 응급환자 신고가 접수되는 전국 곳곳의 지역병원에는 헬기 착륙장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역의 학교 운동장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 8백여 곳을 환자 인계지점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계지점의 관리가 허술하다는 겁니다.

강원도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를 데려오기 위해 횡성 휴게소에 헬기를 착륙시킨 의료진.

난데없는 봉변을 당했습니다.

[A씨 / 트럭 운전기사]
“다 찢어졌다고. 뭐로 먹고 살라는 거예요, 도대체. 저거 어쩔 거예요.”

헬기 착륙 전에 차량을 모두 이동시켜야 하는데 미처 이동하지 못한 트럭의 짐칸 천막이 프로펠러 바람에 찢어진 겁니다.

[이국종 /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
“죽어가는 사람이 있어서 저희가 급하게 착륙했어요. 환자 실어서 가야 해요. 구조해서.”

[A씨 / 트럭 운전기사]
“뭘 사람이 뭘! 죽고 살고 뭐. 에이 XX”

이런 인계지점에는 모두 관리자가 지정돼있지만 아예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권역외상센터 헬기 운항관리 관계자]
“누가 주차된 차를 치워야 하고 인원도 접근 못 하게 통제를 해야 하는데 통제를 누가 할 거냐 이거지.”

인계지점이 하천 옆에 붙어있어 장마철만 되면 무용지물인 곳도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폭우가 내린 직후의 모습입니다.

수위가 높아지자 착륙장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문성준 / 전 한국소방산업기술 원장]
"비가 많이 오게 되면 금방 차버려서 (헬기장을) 활용할 수가 없습니다."

시민들이 수시로 산책을 하는 곳이어서 헬기가 접근할 때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습니다.

착륙장을 만들고도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곳도 있습니다.

서울대병원은 1978년 신축 당시 옥상 헬기장을 만들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청와대와 가깝다 보니 비행금지구역에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방치된 헬기장은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훼손됐습니다.

[신상도 /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환자가 직접 내리지 못하고 한강 주변에 내려서 다시 구급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골든아워 안에 이송하는데 굉장히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민원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10m 거리에서 직접 측정해본 헬기 소음은 110dB이 넘었습니다.

전투기 이착륙 소리와 맞먹습니다.

먼지로 인한 민원도 만만치 않습니다.

[김효순 / 서울 도봉소방서 응급구조팀장]
"(헬기가 뜰 때) 모래라든가 이물질이 들어감으로 인해서 어떡할 거냐. 김밥값 물어 달라 이런 식으로 항의하시는 분도…."

시간을 다투는 응급헬기가 착륙장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지만 내년도 예산안에서 응급의료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됐습니다.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의 총상을 치료하는 등 중증외상 치료의 최고 권위자인 이국종 교수.

선진국일수록 생명을 살리는 헬기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응급구조 헬기의 이착륙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이국종 /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
"한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 1~2%의 희망만 있더라도 위험을 무릅쓰고… 꺼져가는 생명을 하나라도 더 살리기 위해 리스크를 감당한다.”

응급구조 헬기는 오늘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전국 각지로 출동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박건영입니다.

영상취재: 박재덕
연출: 이민경
글·구성: 전다정 장윤경
그래픽: 김민수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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