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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함성 사라진 평창…보존 vs 복원 ‘옥신각신’
2018-08-13 20:01 뉴스A

평창겨울올림픽의 감동 여전히 많은 분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화가 꺼진 평창은 보존과 복원사이에서 길을 잃고 있습니다.

전혜정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해발 천3백 미터 산봉우리까지 이어진 자갈밭. 맹수의 발톱에 할퀸 듯 흉물스러워 보입니다.

반년 전 전세계인이 환호하던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장의 자태는 고사하고, 흙이 벗겨져 나간 슬로프엔 풀 한포기 자라지 않고 있습니다.

[이 준 / 산림기술사]
"제가 볼 때 (산림) 복원은 힘들 것 같아요. 계속 비 맞으면 무너질 것이고 그래서 영구적인 시설은 아니란거죠."

토사가 흘러내린 절벽은 금새라도 산사태가 날듯 위태로워 보입니다.

[이 준 / 산림기술사]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전문가가 아니라 초등학생들도 와서 보면 다 위험하다고 그래요."

축구장 66개 규모의 대형 스키장은 올림픽 시설보존이냐 생태계 복원이냐 라는 갈등 속에 갈길을 잃었습니다.

[강원도청 관계자]
"곤돌라 하나만 존치시켜 달라는 이야기예요, 지금. 이건 철거하는 순간 다 고물이예요."

경기장 철거에 690억 원이 드는데다, 7만 톤 규모의 폐기물이 2차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체육단체까지 가세해 시설유지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산림청은 전면복원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산림청 관계자]
"일종의 대부계약서를 맺은 것이죠. 저희는 답답한 게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약속을 하고 빌려가셔야 하는데 처음에는 다 복원한다고 호언장담하시고…"

대회 기간 내내 큰 사랑을 받았던 올림픽 플라자가 있었던 자리. 개폐회식장은 사라지고 성화대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대관령면 주민]
"(주민들이) 존치를 하자 그랬어요. 안된대요. 설계를 허무는 것으로 다 설계했기 때문에."

영화 세트장이 철거되듯 그날의 흔적이 대부분 사라지면서 올림픽의 감동을 다시 느끼려는 사람들은 허탈해 합니다.

[대관령면관광안내소 직원]
"(관광객들이) 어디가면 이걸 볼 수 있느냐고 하는데 '문 닫아서 때려 부수고 있습니다' 하니까 여기 와서 아무것도 못보는 거예요."

강원도는 서울광장 18배 크기의 공간에 올림픽 기념관과 대형광장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120억 원에 이르는 예산이 없어 첫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강원도청 관계자]
"그것도 지금 국비를 못주겠다는 거예요. 기획재정부는 강원도를 철저하게 사업자로 인식하는 거예요."

평창 올림픽이 치러진 경기장은 모두 열두 곳. 정선 알파인 경기장과 강릉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하키 센터는 관리 주체도 못정했습니다.

수천억 원의 예산으로 만든 시설인데 관리 비용을 핑계로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성사 속 사상 최대 규모의 동계올림픽으로 숱한 화제를 모았던 평창 올림픽.

하지만 올림픽이 끝나자 마자 한 때 특수를 노렸던 평창군 관광객 수는 반토막이 된 지 오래입니다.

[윤강로 /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가 레거시(유산)를 생각해서 올림픽이 끝나면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확고한 개념을 가지고 시작했거든요. 시설 활용이 100% 잘 되고 있습니다."

올림픽 기간동안 사람들을 실어 날랐던 강릉역 셔틀버스 승강장도 불법주차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강릉역관광안내소 직원]
"(단속을 해야할 것 같은데) 가서 항의 좀 해주세요. 맨날 (항의) 하는데도… "

한 자동차 업체의 후원 차량 수백 대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주차장만 차지하고 있습니다.

[윤강로 /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
"쏟아부었던 돈에 비하면 가치가 천 배 넘을 겁니다. 이것은 IOC와 국제연맹들과 합의해서 올림픽 전지 공식 훈련장화 해서 (이용 해야죠.)"

[전혜정 기자]
"우리는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해왔습니다. 축제가 끝난지 반 년 시간이 흐른 지금, 폐허처럼 남겨진 올림픽의 유산들은 성공만을 기억해선 안된다고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전혜정입니다."

전혜정 기자 hye@donga.com

연출 : 이민경
구성 :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 전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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