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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간 도로 복구하다…보수원의 비극
2017-07-18 19:51 뉴스A

지난 주말 청주에 폭우가 쏟아질 때 50대 도로 보수원이 숨졌습니다.

14시간 동안 빗속에서 일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물 한 잔을 얻어마신 뒤 영영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은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캄캄한 밤, 인근 도로에서 일하던 남성이 주유소 안으로 들어갑니다.

물을 얻어 마신 남성이 돌아온 뒤 불과 4분 만에 구급차가 들어옵니다.

도로관리사업소 직원 50살 박모 씨의 숨지기 직전 마지막 모습입니다.

[박모 씨 딸]
"어떻게 살아 아빠. 가지마. 아빠 미안해."

폭우가 쏟아진 지난 16일, 박씨는 비상소집령을 받고 오전 7시에 출근했습니다.

청주시 내수읍 지하차도가 침수돼 복구 작업에 투입된 겁니다.

오후 5시까지 이어진 작업을 마친 뒤 퇴근하려던 박씨.

그러나 또 다시 도로파손 신고가 접수됐고 이번엔 오창읍으로 출동했습니다.

밤 9시까지 이어진 작업, 그리고 목을 축이기 위해 잠시 주유소에 들른 뒤 차안에서 심근경색이 일어난 겁니다.

박씨는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이었습니다.

[이은후 기자 ]
"무기계약직 도로보수원들이 쉼터로 사용하고 있는 콘테이너입니다.

우비와 장화가 이렇게 진흙으로 범벅이 돼 있는데요, 도로보수원 12명은 지금 이시각에도 모두 수해 복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박씨가 한달 내내 일해서 번 돈은 2백만 원 안팎에 불과했습니다.

더구나 정규직이 아니다보니 공무중 부상으로 인정해주는 '공상'처리가 안되고 금전적 보상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처우뿐 아니라 근무 환경도 열악합니다.

[B 씨 / 박모 씨 동료]
"(도로 보수) 제대로 안 한다고 자기들이 불편하니까 막 욕하고 하는 사람들 많죠. 막 달려오는 사람(차)들도 있고."

박 씨가 숨진 당일 입었던 작업복엔 치열했던 작업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채널A 뉴스 이은후입니다.

이은후 기자 elephant@donga.com
영상취재 : 박재덕
영상편집 : 강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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