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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심하게…‘한 뼘 절벽’이 솟았다
2017-11-04 19:56 사회

길을 걷다보면 이렇게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도록 비스듬하게 만든 곳이 있습니다.

높이는 불과 한 뼘도 안돼지만 이런 경사로가 없으면 장애인들은 아예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어떤 장애인은 한 뼘의 절벽 앞에서 절망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경사로가 다른 행인에게 방해가 된다며 없애버린 곳이 있습니다.

과연 꼭 없애야만 했는지, 그리고 이런 경사로가 장애인들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시설인지,

배유미, 황하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상점 출입구 문턱 아래에 무엇인가 뜯어낸 흔적이 있습니다.

두달 전까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경사로가 붙어 있던 자립니다.

그런데 행인들이 걸려 넘어진다는 민원이 들어와 철거했습니다.

"장애인 경사로가 설치됐던 곳입니다. 이렇게 흔적이 남아있는데요, 턱의 높이가 20cm가 넘어 도움이나 경사로 없이는 휠체어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경사로와 함께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정순태 / 대구 서구] 
"하나의 배려거든요. 배려차원에서 해주신다면 그래도 그냥 여기는 이용 못한다는 게 아니고 용기내서 한 번 해볼까…"

경사로는 관할 구청이 떼어냈습니다.

[대구 남구청 관계자]
"민원인이 걸려 넘어지는게 종종 신고가 들어와요. "일단은 도로에 어떤 것도 내 놓으면 안되고요"

그러나 구청 등 관련기관이 허가만 해주면 관련법에 따라 경사로 같은 시설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편의는 생각지 않고 단순히 경사로를 떼어버린 겁니다.

그러나 반대로 장애인을 위해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경우도 있습니다.

경북 경산의 한 서점은 경사로를 철거하는 대신 문턱 자체를 낮춰서 더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채널A 뉴스 배유미입니다.

배유미 기자 yum@donga.com
영상취재 : 김건영
영상편집 : 이태희

직접 휠체어를 타고 거리로 나가봤습니다. 

길게 이어진 경사로를 한번만 오르면 팔이 후들거립니다. 

병원이 있는 건물에 들어가려고 해도 턱에 부딪힌 휠체어는 헛바퀴만 돕니다. 

[현장음] 
"올라가기 너무 높다. 턱이 너무 높아." 

가게와 미용실, 목욕탕 앞에 버티고 있는 턱은 장애인을 문전박대합니다. 

[박기순 / 척수장애 1급] 
"목욕탕도 제대로 못 가고 있고요. 머리 한 번 제대로 깎을 수 있는 상황도 안 되고요. 뭐 하나 제대로 사려고 편의점을 가도 계단 때문에…" 

눈앞에 있는 목적지는 적당한 경사로를 찾아서 되돌아가야 합니다. 

[노영식 / 척수장애 1급] 
"(경사가) 높은 데는 확 치고 올라가면 붕 뜨는 느낌이 있거든요. 위험하죠." 

일정 규모 이상인 슈퍼마켓과 미용실, 병원 등은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 설치가 의무화돼있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공공건물이나 공중이용시설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경사로가 없는 곳이 많습니다. 

[이석훈 / 뇌병변 1급] 
"차근차근해서 평평하게 저희들이 불편하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손 한 뼘 높이에 불과한 턱 때문에 곳곳에서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황하람입니다. 

황하람 기자 yellowriver@donga.com 
영상취재 : 조승현 
영상편집 : 이재근 
그래픽 : 한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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