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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에 덮여 떠난 79세 노병…허망한 죽음
2017-12-15 19:37 사회

어제 새벽, 서울의 한 쪽방촌 무허가 건물에 혼자 살던 70대 노인이 화재로 숨졌습니다.

베트남전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아 왔는데, 스스로 쌓아둔 잡동사미 더미 속에서 세상을 떴습니다.

이민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뻘건 화염이 지붕을 집어삼키고, 소방관들이 불길에 갇힌 사람을 구하려 다급히 문을 뜯습니다.

불길은 30분 만에 잡혔지만, 이 집에 살던 79살 김모 씨가 연기에 질식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민형 기자]
"김 씨의 집 안에는 이처럼 쓰레기가 허리 높이까지 쌓여있는데요. 이 때문에 화재 당시 구조에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김 씨는 생전에 집 안에 물건을 쌓아두는 '저장강박' 증세를 보였습니다.

[영등포소방서 관계자]
"할아버지가 바닥에 누워있는데 쓰레기로 덮여버렸어요. 손으로 하나하나 다 골라내고 찾아냈어요."

1957년, 19살 나이에 입대한 김 씨는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등 28년간 군에 복무했습니다.

하지만 전역 이후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렸고, 2002년 직장암 수술을 받은 뒤엔 망상과 저장강박 증세까지 나타났습니다.

김 씨는 평소 도시가스도 없는 집에 혼자 살며, 휴대용 가스버너로 추위를 견뎠습니다.

[김 씨 유가족]
"전기를 아끼신다고 전기를 잘 안 트세요. 난로 비슷한 걸 뭐 쓰시는 데 그걸 쓰시다가 (불이 난것 같다.)"

고엽제 후유증 환자수당과 기초연금으로 월 백만 원 남짓한 돈을 받았지만, 의료비와 월세를 대기에도 빠듯했습니다.

보훈청은 국가유공자인 김 씨의 장례 의전을 맡기로 했습니다.

김 씨의 시신은 내일 화장된 뒤 서울현충원에 안치됩니다.

채널A 뉴스 이민형입니다.

이민형 기자 peoplesbro@donga.com
영상취재 : 박연수
영상편집 : 이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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