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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법정 가야 끝나는 대학교 기숙사 전쟁
2017-07-04 19:56 뉴스A

이제 대학들이 대부분 여름 방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다음 학기 기숙사에 떨어진 학생들은 비싼 월세 걱정에 숨이 막힙니다. 기숙사를 대폭 늘리면 좋겠지만,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박건영 기자의 더 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자취생인 안동혁 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습니다.

[안동혁 / 대학교 4학년]
“재계약하려고 가격을 물어봤더니 1000만 원에 (월세)75만 원을 달라고 얘기를 하셔서….”

부동산 사무실을 찾은 안씨가 바라는 원룸 조건은 3가지.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오형균 / 공인중개사]
“새 집이 아니에요. 그리고 평수가 8평은 안 되고 5~6평밖에 안 돼요. (보증금)500(만 원)에 관리비 포함 (월세)70만 원 정도 돼야 해요.”

반지하 이야기가 나오고,

[오형균 / 공인중개사]
"혹시 반지하 같은 건 안 돼요? 싼 거 있어요."

결국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안동혁 / 대학교 4학년]
"제 기준이 높은 건지 잘 모르겠어서 아쉽고…이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잘 모르겠어서"

학교에 기숙사는 있지만 입주 경쟁률이 워낙 높아 포기한 지 오래. 기숙사비의 2배가 넘는 비용이 드는 걸 알면서도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이승준 / 고려대 총학생회장]
"현재 학교가 10명 중 한 명의 학생만 살 수 있는 비율로 수용률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3학년 이상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원룸이나 자취, 하숙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월세를 내기 위해 공부 시간을 줄이고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혜지 / 대학교 2학년]
"(아르바이트로) 최소 몇 시간 정도는 일을 해야 용돈 벌이나 월세 벌이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만큼 시간내기도 어렵고… "

그렇다면 기숙사를 늘릴 수는 없을까.

이곳 개운산 근린공원은 고려대학교 부지로 2013년 1,100명 규모의 기숙사 신축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그러나 보시다시피 4년이 지난 지금도 공사는 시작조차 못 한 상탭니다. 일부 원룸 임대업자들의 반대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인근 원룸업자]
"원룸 업자들은 비상이 걸리죠. 수요가 그만큼 줄어드니까. 그럼 방값이 내려간다고 봐야죠."

학생들이 직접 구청에 탄원서 3천여 장을 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성북구청 관계자]
“성북구민들은 (기숙사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기숙사는 도시공원 내에 안 했으면 좋겠다는…"

다른 학교 사정은 어떨까.

역시 기숙사를 추가 건설하려던 한양대도 학교와 주민 갈등 때문에 2년째 제자리걸음입니다.

[조경은 / 한양대 총학생회장]
“학생들은 주민들과 싸우고 싶은 게 아니거든요.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도 한 달 생활비의 반 이상이 주거비로 나가는…”

[최석환 / 한양대 기숙사건립반대대책위원회]
“학생들은 1~2년, 길어야 3년 정도 기숙사 생활을 하는 거지만 대규모 기숙사가 지어짐으로 인해서 지역주민들이 받는 건 생존권의 문제잖아요.”

기숙사를 지을 때마다 갈등이 반복되지만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결국 일부 대학의 기숙사 갈등은 법정에서 끝을 봤습니다.

“이화여대는 제2 기숙사 건립을 놓고 인근 주민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는데요. 결국 소송 끝에 학생 2500여 명을 수용하는 기숙사가 설립됐습니다.”

기숙사가 추가로 들어서면서 9%였던 학생 수용률은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화여대 학생]
“(기숙사) 수용인원이 늘어나다 보니 원하는 학생들이 거의 거주할 수 있게 됐거든요. 만족도가 되게 높은 거 같아요.”

이처럼 기숙사를 원하는 학생들은 많지만 서울 소재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평균 14%에 불과합니다.

한 학기 동안 기숙사에서 큰 걱정 없이 지냈던 박형규 씨. 다음 2학기는 공부보다 잠잘 곳이 더 걱정입니다.

[박형규 / 대학교 1학년]
"항상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게
학점에 따라서 기숙사 입사 선발될지 안 될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2학년이 됐을 때는 기숙사 수용률이 더 낮아지거든요."

원룸 업자들의 반대에 발목이 잡힌 대학 기숙사.

취업 걱정도 모자라 비싼 방세 걱정까지 해야 하는 게 청년들의 현실입니다.

채널A 뉴스 박건영입니다.

change@donga.com

영상취재 조승현 이승훈
그래픽 김민수 양다은

연출 김남준
구성 남윤지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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