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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운전 중 ‘가슴 통증’…당신은 괜찮으신가요?
2017-11-10 19:46 뉴스A

최근 배우 김주혁 씨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운전중에 무언가 돌발상황이 생겼을 거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 사고를 계기로 각종 질환이나 운전자들의 고령화로 인한 돌발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운전자를 갑자기 덮치는 아찔한 상황을 변종국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변종국 기자]
"길가에 차량이 한대 서 있습니다. 차량 바퀴와 범퍼만 조금 파손됐을 뿐 큰 인명 피해는 없어 보이는 이 차량 그런데 이 차량의 운전자는 숨졌습니다.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요?“

차를 몰던 50대 남성.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었습니다.

그 순간 놀란 아내가 운전대를 잡아 간신히 멈췄습니다.

[소방 관계자]
"운전중 쓰러짐으로 해서 현장 도착했을 땐 심정지 상태여서…"

병원으로 옮겨진 남성은 결국 숨졌습니다.

[경찰 관계자]
"지병이 있으셨던 건 아니고. 사고나기 한 5분 정도 전에 급체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다고…"

사흘 뒤 부산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났습니다.

의식을 잃어 중앙선을 넘은 운전자는 길가던 시민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런 아찔한 상황을 일으키는 주범은 심근경색과 뇌전증, 저혈당 등입니다.

[운전 중 심근경색 경험자]
"가슴이 답답한 게 꼭 체한 것처럼 처음에는 그래요. 나중에 속이 이게 조여온다고, 이게 가슴을 조이고."

심근경색은 심장 혈관이 막혀 의식을 잃게 하고, 저혈당은 혈당이 떨어져 혼수 상태를 초래합니다.

흔히 간질로 불리는 뇌전증은 발작을 일으킵니다.

[송형곤 / 응급의학과 전문의]
"흉통이 있다 그거는 건강하건, 평소에 앓고 있건 그건 상관없어요. 일단 (차를)멈추고 빨리 도움을 받아야 되고."

지병으로 약을 복용하는 운전자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송화영 / 인천나은병원 소화기내과]
"약 드시고 비몽사몽간에 브레이크가 안 밟히고 해서 사고 나는 경우도 본 적이 있고, 공황장애가 있는 분들은 운전하다가도 중간에 운전을 못하고… "

이런 돌발 상황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택시 운전 기사 / 경력 15년]
"앞차에 있는 사람이 안 나가서 와보니까 그냥 쓰러져있어서.뇌졸중이 와가지고."

[택시 운전 기사 / 경력 5년]
"갑자기 가다가 아프니까 쓰러졌다고. 바로 내려서 옆에 사람한테 나좀 어디 데려다 달라고."

그럼 건강한 사람은 괜찮을까?

기자가 2시간 동안 차를 몬 뒤 혈액 분석을 해봤습니다.

운전 전보다 황달 수치가 올라갔고 혈액의 이산화탄소 수치는 감소했습니다.

몸이 피곤해 졌다는 뜻입니다.

[송화영 / 인천나은병원 소화기내과]
"혈액 내 점도라든가 산도가 증가될 수 있고 극단적으로 혈전이 형성돼서 어지러움, 혼동, 공포증상, 호흡곤란, 심지어 경련이나…"

나이든 운전자들의 돌발상황 가능성은 더 큽니다.

지병이 있는 경우가 많고, 시력과 반응속도 등 운전기능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창원 터널 사고 운전자는 76살 이었고, 지난 7월 남양주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의 운전자는 75살이었습니다.

[택시 운전 기사 / 경력 15년]
"(고령으로) 걸음도 제대로 못 걸으면서 운전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 사고는 해마다 급증해, 지난해엔 2만 4천 건이 넘었습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고령운전자의 비율도 증가해 지난해엔 11%를 넘었습니다.

65세 이상 운전자는 5년에 한번씩 운전 면허를 갱신해야 합니다.

그럼 검사 과정은 어떨까?

암을 앓았고, 어깨 통증이 있는 70대 여성 운전자의 2종 면허 갱신 과정을 따라가봤습니다.

최근 20년 간 운전을 전혀 하지 않았던 운전자.

하지만 서류를 낸 지 5분 만에 새 면허증이 나옵니다.

[현장음]
"(이게 끝이에요?)네. 다 되셨어요. 이상 없으면 가시면 돼요.

신체 검사가 필수인 1종 면허와 달리 2종 면허 갱신에는 신체 검사 자체가 없습니다.

[현장음]
"(건강검진 같은 거 안 해도 괜찮아요?) 본인들이 체크해 주시잖아요. 병 있는지, 없는지. 저희는 그걸 믿고서 그걸 바탕으로 해드리는 거라서."

23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해운대 교통사고.

운전자는 뇌전증 때문에 의식이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이 운전자는 사고 한달 전 운전 면허를 갱신할 때는 뇌전증을 숨겼습니다.

본인이 고백하지 않으면, 알아낼 길이 없습니다.

[택시 운전기사 / 44년 경력]
"중풍 걸리고서도 택시하는 걸 제가 봤거든요? 좀 더 쉬시죠. 그랬더니 대꾸도 안하더라고요."

교통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호주는 운전자에게 문제가 있으면, 가족이나 친척, 주치의 같은 제 3자가 교통 당국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미국도 비슷한 방식으로 정부에 문제있는 운전자의 적성 검사를 의뢰할 수 있습니다.

[김상옥 /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주변의 친지, 친구 그리고 주변사람들이 경찰에 연락을 해서 이 사람의 건강 상태를 조회해서 전문의를 통해 운전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별할 수 있는 길을…"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 폭탄이 지금도 도로 위를 내달리고 있습니다.

채널 A 뉴스 변종국입니다.

bjk@donga.com

연출 : 김남준
글 구성 : 전다정 장윤경
그래픽 : 김민수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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