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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한 글자, 한 글자…6년간의 투병 일기
2017-11-26 19:41 사회

루게릭병,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앓고 있는 병이죠.

하루하루 근육이 굳어져 결국 사지가 마비되는 치명적인 병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 병에 걸린 한 작가가 있는데, 간신히 눈동자와 눈꺼풀만 움직여서 책을 써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김예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눈을 부릅뜨고 눈꺼풀을 힘겹게 움직입니다.

그의 눈빛을 따라 안구마우스가 자판을 하나씩 누릅니다.

열 글자를 적기까지 4분.

[현장음]
"기뻐요. 아직 살아있어서"

루게릭병에 걸려 눈꺼풀만 움직일 수 있는 정태규 작가가 그렇게 한자한자 눌러 책 한 권을 완성했습니다.

'당신은 모를 것이다' 6년 전, 루게릭 증상이 나타난 순간부터 호흡조차 기계에 의존하게 된 지금까지의 투병 일기입니다.

발병 전까지 국어 교사이자 소설가로 활동했던 정 작가.

[구모룡 / 평론가]
"섬세하게 써내는 그런 능력이 뛰어난..."

[이미욱 / 소설가 ]
"예민한 관찰력과 감수성을 가진..." 

온몸이 굳어가는 상황에서 유일한 소통 수단인 안구 마우스는 동료 작가 30여 명이 아이스 버킷 챌린지로 후원금을 모아 마련한 겁니다.

덕분에 옴짝달싹 못하는 몸 속에 갇혀서도 정신만은 자유롭습니다. 페이스북 친구도 4900명이 넘습니다.

지금 그는 감히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씩씩한 가족들 때문입니다.

[ 백경옥 / 정태규 씨 아내]
"오늘 하루를 즐겁게 살다보면 내일이 또 오는 것 같아요. 저는 내일 생각 별로 많이 안해봤어요."

죽는 것보다 불행에 분노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게 더 두렵다는 그, 일상의 축복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오히려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범사에 감사하는 삶"

채널A 뉴스 김예지입니다.

yeji@donga.com
영상취재 : 조승현
영상편집 : 오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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