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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는뉴스]지하철 역무원들은 밤이 무섭다
2018-03-22 19:56 뉴스A

지하철 역무원들이 일부 취객들의 행패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욕설은 물론, 주먹과 발길질까지 수시로 당하는데요. 기자가 함께 체험해봤습니다.

이범찬 기자의 '더하는 뉴스'입니다.

[리포트]
한 취객이 자동 판매기 주위를 서성이다 갑자기 화면을 마구 두들깁니다. 역무원이 제지하자 다짜고짜 주먹을 휘두릅니다.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역무원들은 전쟁 아닌 전쟁을 치릅니다.

자정을 한 시간 앞두고 술에 취한 승객들이 역으로 몰려듭니다. 지하철 역무원들은 이때부터 '비상 사태'에 돌입합니다.

CC TV 수십개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신고 전화가 빗발칩니다.

[이범찬 기자]
"지하철역 내부를 비추는 CC TV입니다. 지금부터 영상에 나오는 곳곳을 빠짐없이 순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장소부터 욕설이 날아옵니다.

[욕설 현장음]
내가 찍으면 왜 안되냐고요.

찍고 10초 안에 안 들어가시면 문이 닫혀요.

그럼 니가 해보세요 XX, 개XX야.

만취한 30대 남성이 교통 카드가 읽히지 않는다며 다짜고짜 욕설을 퍼붓습니다.

[현장음]
"XX 니가해! 니가 갑이야?"

급기야 머리를 역무원의 가슴에 들이밀며 행패를 부립니다.

[현장음]
"어쩌라고.어?"

또 다른 신고 지역으로 출동합니다.

한 취객이 길을 안내하는 역무원의 목을 느닷없이 조릅니다.

[이상춘 / 신도림역 역무원]
"맞는 직원이 상당히 많아요. 저희들 농담 삼아 (취객들과) 3~5 미터는 유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루 이용객이 43만 명에 이른는 신도림역에선 사흘에 한 건꼴로 역무원 폭행 사건이 발생합니다.

평일 밤인데도 역사 곳곳에는인사불성이 된 취객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현장음]
집을 말씀해주셔야 저희가 안내해드리죠."
“...”

술에 잔뜩 취해 비틀대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골칫거리입니다.

[현장음]
"(괜찮으세요?)"
"괜찮아. 미안해요.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만취한 승객들이 곳곳에 토해놓은 오물도 역무원들의 일감입니다.

[현장음]
"의자 밑에 토사물 있습니다. 처리 부탁드립니다.”

[지하철역 환경미화원]
“잡고 서 있다가 그냥 유리에다가 토하는 거예요. 그럼 우리가 어떡해요.”

[현장음]
"오늘의 열차 운행이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새벽 1시, 막차가 승강장에 들어오면 역무원들도 덩달아 바빠집니다.

[현장음]
"손님 일어나시죠, 다 왔습니다. 가방 드시고요."

제집 안방인 듯 곤히 잠든 취객을 깨우는 것은 물론,

[현장음]
"아 여기 휴대전화 떨어졌어요."

승객이 놓고 간 물건을 챙기는 일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새벽 1시 반, 마침내 지하철 운행이 끝났습니다.

[이범찬 기자]
"방금까지만 해도 사람들로 붐볐던 역사 안이 이렇게 한산해졌습니다. 하지만 역무원의 업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현장음]
“셔터 내리겠습니다.”

조명을 끄고, 출입금지 안내판을 세우고, 화장실 안까지 꼼꼼히 확인해야 고된 야간 근무가 마무리됩니다.

철도 안전법에 따라 역무원을 폭행한 승객은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지만 역무원 폭행 사건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역무원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란 생각이 뿌리내려야 할 때입니다.

[이상춘 / 지하철 역무원]
"인격을 챙겨주는, 소비자가 왕이 아닌, 소비자와 직원 간에 대등한 관계가 이뤄지는 사회가 됐으면 …"

채널 A 뉴스 이범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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