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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분윳값 막막” 미혼모·미혼부의 눈물
2018-05-09 19:55 사회

내일은 처음으로 맞는 '한부모 가족의 날'입니다.

혼자 양육을 떠맡은 미혼모, 미혼부와 그 아이들을 위한 날인데요.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의 막막한 처지를, 집중 취재했습니다.

박건영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기사내용]
20대 아빠.2살 아들 원룸서 숨진 채 발견

[구미경찰서 관계자]
"아기하고 둘이 있는 상태니까 (형편이) 어렵지 않았나. 현장에서 영양상태가 많이 부족한 형태로…"

[현장음]
"맘마 줄게요. 맘마."

미혼모 김모 씨의 유일한 희망인 하임이.

1년 전 연락이 끊긴 생부 대신 자신의 성으로 호적을 만들었습니다.

[김모 씨 / 미혼모]
"그쪽(생부)에서는 애를 지우라고 하고. 내가 힘들면 힘들었지 그냥 이 사람한테는 (지원을) 바라지 않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이혼한 부모가 남긴 빚 때문에 개인 파산을 신청했고, 임신과 출산으로 회사까지 그만둔 상황.

지금 머무는 미혼모 보호 시설에서 나갈 생각을 하면,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김모 씨 / 미혼모]
"여기(미혼모 시설)에 있으면 양육 물품을 받기 때문에 다 지원받을 수 있는데. 사회 나가면 제가 다 해야 하는 거잖아요. 기저귀·분유가 제일 비싸고. 애 의료비도 그렇고."

15년째 '미혼부' 생활을 하고 있는 김형진 씨.

고등학생이었던 아이 엄마는 아이를 김 씨에게 맡긴 뒤 연락을 끊었습니다.

퀵 서비스에 대리운전, 화물차 기사까지 돈 되는 일이면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김형진 / 미혼부]
"가장 힘들 땐 분유 살 돈이 없었어요. 내 자식이니까 내가 책임을 져야 하니까 어떻게든 먹고 살려고 발악을 했죠."

입대 영장을 받았을 땐 극단적 생각까지 했다고 토로합니다.

[김형진 / 미혼부]
"저는 아기는 고아원에 보내고, 군대에서 아마 내가 자살할 것 같다고 그랬어요.“

미혼모, 미혼부는 전국적으로 3만 3천 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생업을 영위하랴, 아이 키우랴, 한부모 가족의 40% 이상은 차상위 계층 이하에 몰려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월 13만 원의 양육비가 전부.

[A씨 / 미혼모]
"아이가 돌은 지나야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고…근로가 안 되니까 중간 단계 계단이 없다는 느낌이 계속 드는 거죠."

7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는 미혼모 이모 씨.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로 살고 있지만, 집을 나간 아이 아빠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처지도 아닙니다.

[이모 씨 / 미혼모]
"(법원 명령이) 강제 이행을 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런 상황이 아니고…저한테는 남이지만 아이한테는 나중에 아빠일 수 있는데 사이가 틀어지고 그런 손실이 더 클 거 같아서”

친부모 중 한쪽이 재산을 빼돌린 뒤 나 몰라라 하면, 강제로 받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오영나 / 법무사]
“양육비를 받아내야 하는 사람이 상대방의 재산에 관한 정보를 스스로 알아내서 재산이 있을 때만 집행할 수 있게 하는 (제도만 있습니다). 상대방 재산 파악이 안 되면 강제집행으로 받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선진국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미국은 은행과 보험 계좌를 샅샅이 뒤져 양육비 지급 의무자의 재산을 추적합니다.

그래도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계좌 압류는 물론, 여권과 운전면허 취소까지 단행합니다.

덴마크 정부는 세금으로 양육비를 먼저 지급합니다.

그러고 나서, 양육비를 안주는 부모의 소득에서 강제로 환수합니다.

이른바 '히트 앤드 런 방지법'입니다.

우리도 덴마크처럼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도입하자는 청와대 청원이 21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윤강모 /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 과장]
"제도적으로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달라. 우리나라에 맞는 양육비 이행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란 지적도 많습니다.

[현장음]
"(생부가) 돈 없다고 버티면 받을 수가 없잖아요. 어떻게 받을 거예요. 세금 낭비가 아닐까."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을 보입니다.

[엄규숙 / 청와대 여성가족 비서관]
"사실‘양육비 대지급제’는 지난 2004년 이후 꾸준히 관련 법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통과되지 못했는데요. 재정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05명.

인구 절벽에서 탈출하려면, 아이를 더 낳으라고 재촉하지만 말고, 태어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대책 마련도 시급한 시점입니다.

채널 A 뉴스 박건영입니다.

박건영 기자 change@donga.com
연출 : 이민경
구성 :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 전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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