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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압수수색 1시간 전 몸 숨긴 ‘588의 왕’
2017-10-11 19:55 사회

복마전이 된 '청량리 588 재개발'사업을 그동안 집중 보도해 왔습니다.

검찰이 최근 이 지역 조폭 두목을 구속했는데,

1조5000억 규모인 재개발 사업을 주무르던 인물이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이 사람, 수사사정을 잘 아는 듯 했습니다.

변종국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청량리 588 재개발 사업장을 압수수색한 지난 7월.

검찰은 오전 6시쯤 일명 '청량리파' 폭력 조직의 두목인 김모 씨 집을 덮쳤습니다.

그러나...

[김 씨 아파트 관계자]
"(김 씨가)나가더라고 시간을 보니까 5시야. (평소에) 6시 반에 나가는 분이.6시 반이 안 됐는데 검찰인가 와서 누굴 찾는대“

공교롭게도 압수수색 당일 평소와 달리 집을 일찍 나선 김씨.

수사정보를 미리 알기라도 했던 것처럼 시작한 도피생활은 한달 넘게 지속됐고,

검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수도권 외곽에서 8월 말에야 검거됐습니다.

청량리 집장촌 일대에서 조폭으로 군림했던 김씨.

청량리 재개발 사업에서는 추진위원회 전 감사와 재개발 시행사 회장직을 맡았습니다.

[김 씨 실제 통화 음성]
"나는 사업가가 아니냐. 건달이야. 이 현장에서 돈 벌려면 나 믿고 따라오면 돼. 청량리가 다른 평범한 데 보다 돈 벌기가 좋은 현장이야."

도대체 뭘 믿고 청량리 일대를 호령하며 지내왔을까?

주변에선 김씨와 수사기관의 관계를 의심합니다.

[이모 씨 / 토지주인]
"자기 말로 무죄로 나온다고 해요. 좀 많은 빽이 있어야지 .
특검보 하던 부장·검사장 출신이 뒤에서 (봐주고). 경찰서고 광역수사대고 수사관들은 다 안다고 자기 입으로 떠들고 다녀”

[변종국 기자]
"조폭 두목 김씨와 일부 경찰의 관계를 의심스럽게 만드는 영상을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조폭과 경찰이 유착돼있다는 주민들의 주장을 조금은 뒷받침 해 주지 않을까 합니다."

단란주점에서 유흥을 즐기고 있는 김 씨.

그리고 그의 뒤에서 노래를 부르는 이 사람.

동대문 경찰서 소속 A 형사 입니다.

[단란주점 관계자]
"(이 사람 모르세요? 김 씨)아.네. 옆에 사람(경찰)도. 네 가끔 오죠"

경찰 간부가 돈을 받고 청량리파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B 씨 / 청량리파 관계자]
"(2004년)수사를 받았었는데.과장(경찰)이 진급을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그러면서. 큰 것 한 장(1억)을 줘서 무마한 적이… 이슈가 됐었어요. 왜 큰 조직을 수사하다가 갑자기 멈춰서 흐지부지 됐느냐."

재개발 사업장 일대에서 폭행과 갈취가 수시로 자행됐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피해자들의 진술서입니다.

수차례 폭행을 당하고 경찰 상납을 이유로 돈을 빼았겼다는 증언이 이어집니다.

[김 씨 실제 통화 음성 ]
"이 XXX들. 내가 가만히 안 있는다니까? 와서 무릎 꿇고 빌라고해! 무릎 꿇고 빌라고 해 잘못했다고."

주민들에게 김씨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청량리 토지주인]
"(채널에이 방송국에서 왔는데요)찍지 마세요. 말하다 보니까 겁도 나고. 당신들도 위험해 이러다보면 진짜."

[청량리 주민]
"(검찰 피해)도망다니면서도 신고한 놈들 전부다 앉은뱅이를 만든다는 둥. 척추를 분지른 다는 둥. 그 사람이 구속됐다고 해서 (조직)뿌리가 빠진 것도 아니고"

이렇게 조폭이 깊숙이 개입된 재개발 현장은 온갖 비리의 백화점이 됐습니다.

건물을 이른바 '쪼개기'를 해서 보상비를 허위로 타낸 정황도 발견됐습니다.

[재개발 관계자]
"이주 보상자가 아닌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지인들을 끌어 들여서 보상 대상자로 허위로 만들어서."

[허위 보상받은 인물]
"저는 할 말이 없는데요."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온갖 의혹이 쏟아지고 있지만 재개발 시행사 측은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시행사 S건설 대표]
"모르겠어요. 잘 모르겠어요. 그 부분도."

시행사의 회장임을 자처하고 다닌 인물도 바로 김씨입니다.

검찰은 지난 달 재개발 참여 업체에게 2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김 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청량리 재개발 비리 사건.

과연 비리의 끝은 어디인지 관심이 주목됩니다.

채널에이 뉴스 변종국입니다.

bjk@donga.com
연출 : 김남준
글 구성 : 전다정 장윤경
그래픽 : 김민수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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