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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IT 인재’ 낚아채가는 도박사이트들
2017-10-27 19:55 뉴스A

조금 전 보신 것처럼 이공계 엘리트들이 좋은 머리를 범죄에 쓰는 현실, 우려스러운데요.

도박 거래금액이 1조원에 달하는 등 천문학적 액수가 오가는 도박사이트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는데 폭력조직이 IT분야 인재들을 끌어들여 불법사이트를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주현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서울 역삼동 노른자위에 있는 20층 건물. 이 건물 지하에는 1,300㎡가 넘는 대형 사우나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사우나 업주인 40살 여성 백모 씨를 두고 이상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건물 이웃 점주]
"가정주부인데, 뭘 해서 1조 원대를 가지게 됐겠어"

지난 9월 서울 노원구 고급 빌라.

[현장음]
"백○○ 씨, 경기 북부지방경찰청에서 나왔습니다. 체포영장이고요."

백씨는 남편과 함께 해외에 서버를 두고 도박사이트를 운영했습니다.

룸사롱 여종업원과 웨이터로 만난 두 사람은 무려 500억 원을 벌었습니다.

[김모 씨 / 전직 도박 사이트 운영자]
"(도박 사이트는) 돈 엄청 많이 벌죠. (어느 정도인데요?) 강남에 사우나까지 인수하고, 장난아니에요.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은…"

이런 도박사이트는 과연 누가 만드는 걸까. 사이트 개발 경험자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수도권 4년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IT인재였습니다.

[박모 씨 / ○○대학 컴퓨터공학 전공]
"페이(급여) 때문에 유혹에 넘어가기 쉽죠. 보통 IT강국이라고 하지만 박봉에 야근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IT강국의 취업준비생들이 힘든 취업 대신 불법사이트 개발에 뛰어든다는 것.

[박모 씨 / ○○대학 컴퓨터공학 전공]
"실제로 참여했다는 사람도 들은 적이 있고 월 1천만 원이라면 한번 해볼까해서 솔깃해서 하는 사람도 많죠."

박씨가 사이트를 개발해준 운영자는 조폭이었습니다.

조폭들은 보통 평범한 구직사이트를 통해 컴퓨터, 전자공학, 전산 등 IT분야 전공자들을 접촉합니다.

[서울 ○○대 컴퓨토공학과 4학년생]
"(제안이)엄청 많아요. 너 컴퓨터공학이잖아. 이런 거 할 수있어? IT쪽 사람들은 거의 다 아는 얘기일 거예요."

[사어버범죄 수사 경찰]
"월 1천 5백만 원에 플러스 알파, 회원정보, 계좌정보 다 가져갈 수 있으니까 특별히 돈 더 줘서 관리하는 거지."

비교적 퇴직이 빠른 IT업체 직원들도 접촉 대상입니다.

[온라인게임 업체 관계자]
"개발자들이 퇴직한다든지 관계있는 사람들 접촉해서… 스카우트 형태로 했다가 나중에는 게임, 스포츠도박 이런 게임을 한다고."

이런 사이트는 얼마나 될까? 해마다 수천개씩 늘어나서 지난해에 폐쇄, 차단 조치를 받은 도박사이트가 무려 5만 3천여 개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적발은 매우 어렵습니다.

[필리핀 현지 도박 사이트 업자]
"지금 21~2개 도박 사이트와 거래하는데. 한국 단속은 겁이 안나요. 수색 영장 발부가 안돼요. 전혀 걸릴 일이 없어요."

그 사이 도박 중독자도 급증해서 지난해 병원을 직접 찾은 중독자만 1천 명이 넘었고 특히 2,30대가 70% 이상이었습니다.

회계학을 공부한 30대 남성 정모 씨는 자신의 전공만 믿고 뛰어들었다가 8억 원을 잃었습니다.

[정모 씨/ 도박 사이트 이용자]
"전 굉장히 똑똑하다고 자부했거든요. 통계학도 했을뿐더러 남들보다 가방끈도 길기 때문에, 박사과정도 밟으려다…"

급기야 유서까지 쓰기도 했습니다.

[정모 씨/ 도박 사이트 이용자]
"집도 담보 잡아서 날렸고, 대출도 다 받았어요. 사채까지 손대다 보니까 유서 주고 아내한테. 죽을 생각까지…"

전문가들은 도박은 마약 중독과 똑같은 중독성 질환이라고 강조합니다.

[한창우 교수 / 강남을지병원 정신과]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머리는 파괴되는 것이죠. 심해지면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거예요. IQ가 급속도로 떨어지는."

약물과 행동치료를 함께 받아야만 치료가 가능한 도박 중독.

[이모 씨/ 도박 사이트 이용자]
도박을 몰랐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지극히 평범한 그걸 누리고 싶어요. 도박 시작한 뒤부터 항상 목표가 그랬어요."

채널A 뉴스 최주현입니다.

최주현 기자 (choigo@donga.com)

연출 이민경
글·구성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김민수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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