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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투잡족’ 울고 갈 ‘N잡러’를 아시나요
2018-04-05 13:12 사회

온라인 쇼핑몰을 관리하는 회사원 이주영 씨의 금요일 퇴근 시간. 

그런데, 여행 배낭을 메고 서울역으로 향합니다. 

[이주영 / 회사원+여행 작가] 
"아침에 짐 많이 갖고 왔다가 회사에 다 남겨두고 이렇게 배낭 하나만 가지고 여행 가요.” 

주중에는 회사원으로, 주말에는 여행 작가로 일한지 벌써 10년째. 

여행 책 2권을 냈고, 그 중 하나는 4번이나 인쇄돼 팔린 '스테디 셀러'가 됐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경남 통영. 

[이주영 / 회사원+여행작가] 
"책 개정을 준비하고 있어요. 더 좋은 곳, 더 달라진 거 없나 취재하려고 나왔죠." 

주말 2박 3일을 전문 여행 작가로 일한 뒤, 월요일엔 회사원으로 돌아옵니다. 

[이주영 / 회사원+여행작가] 
"밖에 나오면 회사 일 잊고 신선한 것도 보고 덕분에 보았던 걸로 인해서 얻어지는 게 있잖아요. 그게 회사에서 시너지가 나기도 하고….” 

[홍유라]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들인 'N잡러'가 노동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여러 수를 뜻하는 '알파벳 N'과 직업을 뜻하는 'JOB'을 합친 신조어인데요. 

생계 유지를 위해 여러 군데에서 일을 해야 했던 투잡족과는 달리 하고 싶은 여러 개의 일자리를 가진 사람을 뜻합니다. 

[현장음] 
“크기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여긴 크기 변화가 없지. 잘못됐다는 거야.” 

미술 학원에서 유학 준비생들을 가르치는 강상훈 씨. 

하지만 오전에는 직원 6명을 둔 앱 개발 회사 대표로 변신합니다. 

취미 삼아 만든 스마트폰 앱이 큰 인기를 끌자 아예 회사를 차린 것. 

[강상훈 / 유학 미술 강사 + 앱 회사 대표] 
"일이라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취미로 하고 있는 것, 즐거워하고 있는 걸 어느 정도 레벨로 끌어 올리느냐 이런 것들에 대한 문제인 것 같아요.”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 즉 '디지털 유목민'들의 세상. 

N 잡러가 되는 길도 그만큼 더 넓고 쉬워지고 있습니다. 

외국계 회사의 마케팅 사원인 이구민 씨. 

그러나 퇴근하면, 영상 편집자와 여행 플래너라는 두 직업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카페도 일터가 됩니다. 

[이구민 / 회사원+영상 편집자+여행 플래너] 
"컴퓨터로 하다보니 모바일 오피스가 가능하니까 좋더라고요." 

N 잡러는 채용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N 잡러와 수요자를 중개하는 업체도 늘고 있습니다. 

[김유이 / A 재능마켓 팀장] 
"정규 시장 인력이 다른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작업 공간, 중개 역할을 하고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새로운 일의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하지만, N 잡러임을 숨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두 개 이상 직업을 가진 직장인에게 두번째 직업을 회사에 알렸는지 묻자, 90% 가까이가 감추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패션 모델에, 개인 사업까지 하고 있는 연구원 윤효은 씨가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윤효은 / 연구원+모델+회사 운영] 
"사업을 한다는 걸 오픈하게 됐는데 '너는 너무 우리 회사에 집중도가 떨어지는 거 아니냐.' 그 회사에서 2년 정도 있다가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됐거든요." 

국내 대다수 기업은 겸업을 금지하고 있는 게 현실. 

권고 조항이라지만 여러 불이익 때문에, 어기기 쉽지 않습니다. 

또 여러 직업을 암암리에 하다보니 받아야 할 돈을 못받고, 피해를 봐도 하소연할 데가 없습니다. 

[윤효은 / 연구원+모델+회사 운영] 
"4대 보험을 다른 곳에서 들어버리면 겸업으로 되어버리거든요. 그러니까 프리랜서 모델 같은 건 현금으로 시급을 받기도 하고. 그걸 노리고 떼먹는 사람도 많아요.”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지침까지 마련해 직장인의 부업과 겸업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젊은 인력이 성장 분야로 쉽게 이동하도록 돕기 위해섭니다. 

경제 활동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우리도 N 잡러에 대한 인식과 제도를 바꾸고, 지원도 늘려야할 싯점입니다. 

[박상래 /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연구원] 
"N잡러도 일종의 개인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개인의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보수적으로 겸업 금지하는게 맞는건가. 고민이 필요한 것 같아요" 

채널 A 뉴스 홍유라입니다. 

홍유라 기자 yura@donga.com 

연출 김지희 
글·구성 지한결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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