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에게 세금을 매겨라!"
7일(현지시각) 미국 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뉴욕 한복판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억만장자들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습니다. 시위대가 향한 곳은 보수적인 성향으로 알려진 맨해튼 연구소의 기금 모금 행사장입니다. 맨해튼 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알려진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겸임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기관입니다.

●트럼프 관련 인사 행사장 앞에서 시위…"관세는 끔찍"
맨해튼의 시프리아니 42번가에서 열린 기금 모금 행사에서는 한 테이블에 최소 1만5000달러(약 2000만 원)가 넘는 후원금이 모입니다. 시위대는 이 돈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연구에 쓰일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시위대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으로 피해를 보는 건 애꿎은 서민들"이라며 드레스나 검은 턱시도를 입은 참석자들에게 야유를 퍼붓고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쳤습니다. 일부는 이들의 입장을 막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뉴욕 시민 데보라 씨는 "(트럼프의) 관세는 끔찍하다. 그건 결국 세금이 될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면서 "물가는 올라갈 것이고,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걱정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행정에서 손을 떼라는 뜻의 트럼프 대통령 규탄 시위, 이른바 '핸즈 오프' 시위가 미 50개주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단순히 거리 행진이 아니라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연구소 기금 모금 행사장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진 것입니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곳곳에서 시위가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겁니다.

●소비 위축에…햄버거 사먹기도 겁나는 뉴요커들
시위 현장서 만난 또 다른 뉴요커 크리스탈 씨는 "모든 가격이 오르는데 월급은 그대로"라며 "'맥도날드'처럼 부담 없던 패스트푸드조차 가격을 올리니까 사먹기가 부담스럽다"고 한탄했습니다.
관세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계와 기업 모두 지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맥도날드의 경우 실제로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6% 감소했습니다. 코로나19가 번지던 2020년 2분기에 8.7% 하락한 이후 최악의 성적표로 평가됩니다.
한편, 이날 미 연방준비위원회(FOMC)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된 압박에도 기준금리를 4.25∼4.50%로 올 들어 세 번 연속 동결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관세와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좀 더 분명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우리 정책금리는 좋은 위치에 있다"며 "(금리 인하를)서두를 필요가 없고 인내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뉴욕=조아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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