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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깊은뉴스]“숨소리도 작게” 공시족의 불안한 하루
2017-02-03 19:55 뉴스A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7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수능 수험생보다 더많은 숫자라고 하는데요.

최악의 실업난 속에서 안정된 직장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치열한 경쟁에 '숨 소리 작게 내기' '책장 조용히 넘기기' 같은 불문율까지 등장했다고 합니다.

취업난 속 공시생들의 하루를 정부경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영화 '올레' 중]
"코딱지만한 고시원에서 몽테크리스토 백작처럼 13년을 버텼어!"

[영화 '범죄의 여왕' 중] 
"나한텐 시험이 목숨같은 거야."

공무원 수험생들이 몰려드는 서울 노량진.

수강생들로 가득찬 강의실에선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잠깐이라도 숨을 돌리기 위해 앞 다퉈 내려오는 이들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 이른바 '공시족'입니다.

공무원시험 응시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7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대학수능 응시자(60만 명)를 훌쩍 웃도는 숫잡니다.

공시족이 급증한 배경엔 높은 청년 실업률도 한몫했습니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8%. 청년 10명 중 1명은 일자리 없이 불안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건데요.

그러나 국민들이 실제 느끼는 청년 실업 실태는 훨씬 더 심각합니다.

[이승주 / 대학원생] 
"공부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취업에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날씨처럼 되게 힘든 것 같습니다."

공시족이 늘면서 학원들만 호황을 맞았습니다.

유명 강사의 수업은 전국 곳곳에 생중계돼 동시 수강생이 수천 명에 달할 정도.

[장정훈 / 공무원시험 강사] 
"학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엄청나게 학원에 몰려 있는 상태죠."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수강생들의 신경은 잔뜩 날카로워져 있습니다.

숨소리 작게 내기, 책장 조용히 넘기기, 가방 지퍼 밖에서 열기 등 공시족들끼리 공유하는 규칙까지 등장했습니다.

일요일 새벽마다 추위와 싸우며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도 벌어집니다.

일요일 아침에 정해지는 자리가 2주 동안 고정석이 되는 규칙에 따라 '좋은 자리잡기' 전쟁이 펼쳐지는 것.

대기 번호표를 사고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명절이나 휴일은 공시족들에겐 남 얘기입니다.

[이세종 / 경찰공무원 준비생] 
"(부모님이) 어쩔 수 없으니 공부하라고… 합격하면 (고향에) 내려갈 수 있겠죠."

안정적 일자리를 꿈꾸며 공무원시험 학원가로 들어와도 합격이라는 꿈을 이루고 나가긴 쉽지 않은데요.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나 마찬가집니다.

지난해 국가직 9급 시험엔 4천 명을 뽑는 데 22만 명이 몰렸습니다.

경쟁률은 54대 1.

인기가 좋은 수도권 일반행정직 경쟁률은 무려 191대 1에 달했습니다.

9급에 비해 어려운 국가직 7급 경쟁률도 76대 1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국가직과 지방직의 전체 채용 숫자는 2만 5천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강의실에 가득 들어찬 수험생 중 잘해야 서너 명만 가시밭길을 통과하는 셈입니다.

높은 경쟁률과 몇년씩 계속되는 힘든 공부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수험생도 속출합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 
"(응시 포기에) 다른 요인이 있다고 보기가 굉장히 어려운 게 시험 일정이 딱히 겹치는 것도 없고…"

날로 높아지는 문턱에도 불구하고 공시족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구정우 /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신규 채용이 축소된 게 구조적 원인이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직업과 사업체 인재 조건이 일치하지 않는 탓이 큽니다."

최악의 실업난.

거기에 직업 안정성만 따지는 풍조가 더해지면서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에만 매달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정부경입니다.

영상취재: 정승환(광주) 김명철 한효준 추진엽
영상편집: 장세례
그래픽: 성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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