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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지방 소방관들 눈물 흘리는 까닭
2018-01-31 19:54 사회

작년 말부터 충북 제천과 경남 밀양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왜 대형 화재참사가 지방 소도시에서 더 많이 일어나는 걸까요.

그 이유를 김남준 기자가 <더깊은뉴스>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시뻘건 불길이 2층을 집어삼키던 다급한 시각.

신고 7분 만에 펌프차 한대가 도착합니다.

차에서 내린 소방관은 단 2명.

한명은 펌프차를 조작하고, 다른 한명은 호스로 물을 뿌려댑니다.

당시 현장에 함께 도착한 소방관은 13명.

하지만, 불을 꺼야하는 이른바 '진압대원'은 4명에 불과했습니다.

한달 뒤, 서울 영등포의 한 전통 시장에서 발생한 화재.

소방차 대여섯대가 화재 현장을 에워쌌고, 소방관 수십명이 물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신고 3분 만에 도착한 선착대는 53명.

이 중 진압대원만 47명이었습니다. 제천 참사 때보다 11배나 많습니다.

전북 익산 소방서의 소방관 일일 근무표.

소방관 한 명이 소방차 2대를 함께 맡고 있어, 큰 불이 나면 동시에 출동할 수 없습니다.

[현장음]
"물 탱크도 원래 (소방관) 두 분이 타야하는데 한 분이 타고 있고... (진짜 말이 안되네요)"

[김남준 기자]
"화재가 났을 때 불을 진압하는 펌프차입니다. 현재 이 소방서에는 모두 4명의 소방관이 이 펌프차를 타도록 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인원 부족으로 2명 만이 펌프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규정 상 이 곳에 배치돼야 하는 소방관은 355명.

하지만 실제 근무중인 소방관은 252명에 불과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초기 화재 진압에 필수적인 대형 소방 호스는 쓸 엄두조차 낼 수 없습니다.

[정은래 / 119 인화안전센터장]
"이 호스를 쓰기 위해서는 최소 3인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걸 잡을만한 인원이 없는거죠. 저희 센터같은 경우에 지금 불을 끌 수 있는 인원이 한 사람입니다."

서울 지역 소방서들은 규정된 소방대원의 90% 이상을 확보한데 반해, 지방 소방서들은 50%를 겨우 넘기는 경우가 대다수ㅂ니다.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지방의 소방 장비도 큰 문젭니다.

제천 참사 당시, 소방관들은 무전기 불량 때문에 2층 고객들을 구조하란 지시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곳의 소방 무전기는 어떨까?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직접 성능을 점검해 봤습니다.

[정은래 / 119 인화안전센터장]
"백일홍 본부, 여기 인화 구급 (삑) 이게 될때도 있고 처음 처럼 안될 때도 있고 그런거죠 그래서 신뢰할 수가 없는 거죠."

무전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본인의 휴대 전화를 쓰는 일도 빈번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쇄도하는 각종 생활 민원도 소방관들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합니다.

직원 5명이 화재는 물론, 산악 구조까지 맡고 있는 강원도 원주 소방서.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는 빌라에 도착해보니, 세입자 집의 문을 열어 달라는 건물주의 황당한 민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주경찰관]
"한달 정도 계속 연락했는데 연락을 안받는다고 하거든요."

결국 로프를 타고 창문으로 들어가 민원을 해결해줬습니다.

소방서로 복귀하자마자 그 건물주가 또 민원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김재현 / 원주소방서 구조대원]
(왜 다시 신고하셨대요?) "건물주 되시는 분이 창문이 안닫혔다고 동파 위험이 있다고 다시 신고하셨는데… "

지방 소방관들의 심신은 갈수록 피폐해져가고 있습니다.

[이상열 / 원광대 정신의학과 교수]
"(소방관들의) 우울증이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하다 할 정도는 17% 나온 것을 보면 일반인 보다 훨씬 높은 편이고요. 겪고 있는 직무스트레스와 상당한 상관이 있었고요,"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소방 예산이 후순위로 밀리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최익창 / 119 소방안전복지사업단장]
"시도 지사들은 다음 선거도 있고 선심성(정책)을 많이 하거든요. 좀 더 있다가 해 더 있다가 해 하는게 3,4년 걸려버리고…"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소방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제진주 /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소방에 투자하는 것이 지역 주민을 살펴주는 것이다 라는 쪽으로 마음을 쓸 수 있는 혜안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똑같이 소중한 목숨을 내걸고 화재 현장을 누비는 소방관들로부터 '지역 간 격차'라는 굴레를 벗겨줘야 할 때입니다.

채널A 뉴스 김남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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