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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바보 의료진’만 가는 중증외상센터
2017-11-27 19:53 뉴스A

이처럼 중증외상센터는 사람을 살리는 기적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일하려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중증외상 분야에 도전하면 오히려 바보취급을 당하는 실태를 짚어봤습니다.

최주현 기자의 더 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도착한 교통사고 환자.

골절상보다 더 무서운 건 몸속에서 멈추지않는 출혈입니다.

[현장음]
"(출혈이) 살짝 있어보인다, 보이니?"

[조항주 /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
"(복통을 호소하는 이유가 뭐에요?) 지금 봐서는 장에 손상이 있을 것 같아요, 천공이 있거나, 피가 고이거나…"

큰 부상을 당한 환자들에게 이 순간 1초는 1시간보다 더 소중합니다.

[조항주 /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
"옛날에는 골든아워, 한 시간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지금은 1분 1초가 중요하다고 해서 '플래티늄 원 미닛'이라고 이야기를 해요. 권역외상센터가 그런 1분 1초를 줄이기 위해 존재하고…"

그때 울리는 휴대전화.

또 다른 중증 외상환자가 왔다는 '콜 사인'입니다.

[현장음]
"(콜 사인이)왔어요. (어디로 가세요?) 응급실로 가야돼요."

강원도 원주의 외상센터에서도 콜 사인이 울립니다.

공사장 4층에서 추락한 30대 남성.

[현장음]
"만지는 것 알겠어요? 남의 살처름 느겨지는 건 없고요?"

먼저 응급의학과와, 외상외과 의료진이 상태를 확인합니다.

[김형일 / 응급의학과 교수]
"10초 이내에 쭉 확인하고 넘어가는 거죠."

이어서 신경외과, 흉부외과 전문의도 모여서 수술여부를 상의합니다.

중증 외상이란 두 군데 이상 골절상을 당하거나 6m 이상 높이의 추락 부상, 또는 시속 32km 이상의 차량에 부딛친 부상 등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중증 외상환자 가운데 제때 조치만 받으면 생존할 수 있었던 환자는 35%가 넘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와 비교해 두배 정도 많습니다.

[배금석 / 강원 권역외상센터장]
"외상환자들이 병원에 가서 사망하잖아요. 중증외상환자들이 병원에 왔어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응급실에서 그냥 있다가 사망한다는 거죠."

[최주현 기자]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불의의 사고, 중증외상.

외상센터는 그런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습니다.

그렇다면 외상센터의 현실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 니다.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지역별 외상센터는 9곳이 운영되고 있고, 7곳이 개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남 지역엔 아직도 외상센터가 없습니다.

지난해 경남권 외상센터를 공모했지만 지원한 병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공모에는 경상대병원이 유일하게 지원했지만 선정이 된다해도 걱정입니다.

[신희석 / 경상대병원장]
"(복지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 하시길 바란다' 복지부 입장에서는 경남만 남아있기 때문에… 운영기준과 인력기준을 시정해주지 않으면 지속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국가 사업인 외상센터로 선정되면 의료시설·장비 구입비로 80억 원이 지원되고, 해마다 병원 운영비가 10~20억 정도 지원됩니다.

그러나 응급헬기 이착륙장과 수술실 등 고가의 설비와 최소 의료인력을 갖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외상센터 담당 의사의 당직실은 중환자실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좁은 방 안에 걸려 있는 당직표.

[심홍진 / 외과 교수]
"오늘 당직 서고, 내일은 대타로 서기로 했고, 금요일에 서고…"

중환자실에서 씨름을 하다보면 가족을 만날 시간도 없습니다.

[심홍진 / 외과 교수]
"(한달에 가족 몇번 보세요?)한달에 두번, 세번.가끔 다른 가족들한테 열심히 하는데, 내가족들한테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죠."

외상센터의 전문의 인력 기준은 20명.

그러나 9개 외상센터 중 이 숫자를 채운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최근 서울의 한 병원에선 외상치료를 배우던 전공의 5명이 열악한 근무환견을 못 견디고 포기했습니다.

[A권역외상센터 수련의]
"고생스러운게 많다보니까 외상을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거든요. 바보취급 많이 당하죠. 기왕이면 덜 힘들고, 쉽게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부분을 찾아가려고 하죠."

200개가 넘는 외상센터가 촘촘하게 세워진 의료선진국 미국.

그 배경에는 외상센터 의료진의 처우를 개선하고 존경의 대상으로 삼는 사회적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라울 코임브라 교수 / 미국 외상학회 회장(이국종 교수 스승)]
"임금 체계와 수련의 프로그램, 휴식 체계 모두를 개선해야 어느 의사든 안심하고 지원하지 않겠습니까. 미국도 그 세 가지를 갖추자 병원과 의사가 모두 늘어났습니다."

열악한 우리나라 외상센터 의사들은 왜 지금도 수술실을 지키고 있을까.

[이강현 / 대한외상학회장]
"중증으로 온 환자들을 열심히 치료해서 살아나가고, 걸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진짜, 제일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고 그렇죠."

채널A 뉴스 최주현입니다.

최주현 기자(choigo@donga.com)

영상취재 이성훈 박재덕 김덕룡
영상편집 이승근
글· 구성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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