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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는뉴스]초보 아빠 ‘독박 육아' 해보니…
2018-01-25 20:14 뉴스A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선 엄마가 아이를 떠맡아야 하는 이른바 '독박육아'가 대부분인데요. 

아기 아빠인 허욱 기자가 2박 3일 간 독박 육아를 직접 해봤습니다. 

더하는 뉴스입니다.

[리포트]
가사와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 기혼 여성, '경단녀'는 180만 명. 이 중 과반수가 육아를 위해 퇴사를 선택합니다. 

우리 나라에서 육아를 아빠가 도맡는 경우는 2%에 불과합니다. 

엄마들은 매일 반복되는 속칭 '독박 육아'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김지우 / 심리상담센터 원장] 
"주부들이 육아를 담당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과 마음이 지치게 되겠죠. 그래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2년차 아빠인 기자가 2박 3일 간 아내를 대신해 '독박 육아'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허 욱 기자] 
"평소에 아이랑 함께 하는 시간이 적었는데, 이번에 시간 보낼 수 있어서 상당히 기대가 큽니다." 

[현장음] 
"(아빠랑 재미있게 놀고 이따가 저녁에 만나요.) 다녀오세요 엄마. '엄마 다녀오세요'해. 안녕. 다녀오세요." 

먼저 장보기에 나섰습니다. 

아들의 바지를 입히고, 양말을 신긴 뒤, 외투에 신발까지 갖춰입히느라 30분이 훌쩍 지났습니다. 

[현장음] 
"의젓하네? 이거 하자 이거" 

[현장음] 
"(으앙) 어. 그래그래. 다 왔어요."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마트. 음식 재료는 얼추 샀는데, 정작 중요한 걸 깜빡 했습니다. 

[현장음] 
"내가 급하게 나오다가 기저귀를 안챙겨 나왔는데, 기저귀 하나 사고, 여기서 갈아주려고 하거든. 뭘로 사면 되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들에게 20분 만에 새 기저귀를 채웠습니다. 

이번에는 장난감 진열대가 복병입니다. 장난감을 둘러보던 아들이 이번엔 근처 놀이방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현장음] 
"부웅 부웅" 

혼자서는 30분이면 끝났던 장보기가 무려 세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멸치볶음을 만들어 정신없이 밥을 먹이다보니, 훌쩍 넘긴 저녁 시간. 아들이 남긴 밥으로 후다닥 저녁을 때웠습니다. 

본격적인 독박육아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곳곳에 물을 쏟는 아이 뒤를 쫒아다니느라 체력은 방전돼갑니다. 

[현장음] 
"아. 여긴. 억. 크으." 

밤이 깊어지면서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쉴 새가 없습니다. 

[현장음] 
"어이구. 잘한다. 잘하네. 악." 

옷을 다시 입히는 것도 고역입니다. 

[현장음] 
"자. 이거 옷 입자. 이것만 이것만, 그래 이따 입자. 어휴." 

잠자리에 뉘였는데도 안 자겠다고 발버둥치는 아이. 진땀을 흘리며 어르고 달래자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허 욱 기자] 
"아기가 11시 반이 넘어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빨래랑 설거지가 산더미 같이 남아있는데요. 마저 해결하겠습니다." 

손은 젖병을 닦고 있는데 눈꺼풀이 자꾸 감깁니다. 

[현장음] 
"엄마들 이거 매일 어떻게 했지. 어휴." 

아이 옆에서 쪽잠을 청해보지만, 수시로 깨어나는 아이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독박육아 이틀째. 

[현장음] 
"동물의 왕 사자예요. (어흥) 잘잤다. 이제 사냥 좀 해볼까. (어흥)" 

밥 한번 먹일 때마다 이어지는 청소. 

[현장음] 
"우와. 땅바닥에 엄청나게 떨어졌네." 

결국 동네 키즈 카페의 힘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허 욱 기자] 
"애랑 둘이서 키즈카페 가본 건 처음이죠. 완전. 저는 그런데 아기 엄마랑 같이 가도 아빠가 애랑 둘이 오거나 이런 경우는 한 번도 못 봤거든요." 

힘이 넘치는 아이를 상대하느라 아빠가 먼저 지쳤습니다. 

[현장음] 
"어디 가니? 아이구 힘들어." 

밥하기가 귀찮아, 아이와 함께 외식에 나섰습니다. 

[현장음] 
"아 근데 진짜 밥 맛 없다." 

이틀째 선잠을 잤고, 2박 3일이 훌쩍 지났습니다. 

[허 욱 기자] 
"제가 평소에 남자치곤 애 좀 잘보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육아를 해보니깐 몇 시간 보는 것과는 정말 차원이 너무 다를 정도로 힘이 많이 들고 할 게 너무 많습니다." 

2박 3일간의 독박육아는 몸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스트레스 지수가 무려 5배나 증가했습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이렇게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독박육아가 일상인 아내와 엄마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채널 A 뉴스 허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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