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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는뉴스]불법주차 해놓고 욕설에 성희롱
2018-02-01 19:57 사회

불법 주차가 제천 화재 참사를더 키운 사실, 기억하시죠?

하지만, 주차 단속 공무원들은 막말과 폭언은 물론, 성 희롱까지 당하고 있습니다.

백승우 기자가 직접 체험한 '더 하는 뉴스'입니다.

[기사내용]
서울 영등포의 한 아파트 진입로.

겹겹이 주차된 차들 때문에, 소방차는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현장음]
"못 지나갈 것 같지?"
"막혀있네. 못 지나가겠다."

불법 주차 때문에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접근하지 못한 경우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천 4백 건이 넘었습니다.

[백승우 기자]
"지난 12월에 화재 참사가 있던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주변입니다. 제가 걷고 있는 이 도로는 2차선 도로인데요. 양 옆으로 불법 주차한 차량들이 있어 차량 한 대가 지나가기도 비좁습니다.

대형 참사에 대한 기억을 벌써 잊은 걸까요?

제가 직접 불법 주차 단속원이 돼서 현장에 나가봤습니다."

서울시청 공무원들과 함께 단속에 나선 첫 날.

과태료 스티커를 뽑아, 단속 차량에 붙이는 법부터 익혔습니다.

승용차가 불법 주정차로 적발되면 4만원을 내야하고, 어린이 보호 구역에선 8만원을 물어야 합니다.

[이상운 / 서울시 불법주차단속원]
"(스티커는) 조수석에 반듯이 운전자가 잘 볼 수 있게 해서 단속을 하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시장통 횡단 보도를 가로막은 채 주차된 택배차가 첫 단속 대상이 됐습니다.

봐달라고 호소하던 택배차 기사.

스티커를 뽑아들자 말투가 바뀌더니 밀치기까지 합니다.

[택배차 기사]
"아니 아줌마. (네) 아무리 업무도 있지만 사람이 하는 건데 (지금 단속하고 있습니다. 손대지 마세요.)"

협박도 서슴치 않습니다.

[택배차 기사]
"당신들 일하는 거 따라다녀서 전부 다 딱지 안 끊나 보고 당신들 내가 종로 경찰서에다가 다 집어넣을 거야!"

집중 단속 지역들을 돌아봤습니다.

먼저 교차로.

[불법주차 차주]
"내가 다산 콜센터에 전화해서 당신들 단속한 사람들 전부 다 고소할 거야 XX. (어휴…)"

어린이들이 많은 초등학교 앞,

[불법 주차 학부모]
"말도 안 되는 거지같은 소리하고 있네. 진짜 XX. (차에) 애 있어서 소리 안 하려고 했더니."

수시로 버스들이 오가는 정류장까지.

[불법주차 차주]
"아니 우리 회사 앞에다가 잠깐 차 대고서. 3초 3초."

하지만, 순순히 스티커를 받는 차주는 매우 드뭅니다.

아예 도망가는 운전자도 있습니다.

"(면허증 제시하시면…) 싫어요!
(도주차입니다.) 왜 차를 두드리고 그래!"

하지만 단속 공무원들에겐 이들을 제재할 권한이 없습니다.

협박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하는 게 전붑니다.

[전수태 / 서울시 불법주차단속원]
"기분이 좋죠. 이렇게 나이 들어서 일하는 것도 보람찬데 평생 해 먹으라니까.…또 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니까."

불법 주차 단속 이틀째.

이번엔 서대문구청 단속 공무원들과 단속에 나섰습니다.

처음엔 단속 공무원 20명을 모두 여성으로 뽑았지만, 지금은 4명만 남았습니다.

가족들을 헐뜯는 막말에,

[서대문구청 불법 주정차 단속원]
"'평생 이 짓거리나 하면서 살아라.' 가족 얘기도 많이 하세요. '야! 자식들은 이런 거 하는 거 아니?' 이러면서."

성 희롱까지 시도때도 없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서대문구청 불법 주정차 단속원]
"여자라고 해서 조금 불편한 얘기를 많이 하세요. '단속하지 말고 내 옆에 와서 술이나 따라'라고."

단속당한 차주들은 구청 민원 전화로 욕설을 퍼붓기까지 합니다.

[불법 주차 차주]
"당신네들이 직접 한번 봐봐. (네 전화 끊겠습니다.) 차 통행에 불편한가 보란 말이야. 단속만 하려고 하지말고 이 XXX아!"

기자가 사흘간 함께 한 불법 주정차 단속에서 운전자들이 막말과 폭언을 한 경우는 49건 중 31건.

정당한 법 집행자가 약자가 되고, 법을 어긴 사람이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채널 A 뉴스 백승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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