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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는뉴스]“우리는 연탄으로 온기를 만듭니다”
2017-11-09 19:48 뉴스A

날이 추워지는 이맘때면 골목마다 연탄 배달하는 모습이 흔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달동네 사는 서민들에겐 꼭 필요한 소중한 연룝니다.

한장 한장 정승스레 만들고 땀흘려 배달하는 연탄의 의미를 유승진 기자가 '더하는 뉴스'로 체험해봤습니다.

[리포트]
[KTV]
"연탄을 많이 때는 겨울철이 왔습니다."

한때 국민연료로 불렸던 연탄.

이제 연탄공장은 하나 둘씩 사라져 전국에 40여 곳만 남았습니다.

대전에 있는 30년 된 연탄공장은 새벽 5시 반부터 기계가 돌아갑니다.

무연탄 가루를 기계에 넣으면서 작업은 시작됩니다.

물과 제대로 섞였는지는 손으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장갑 끼고 하면 안되지. 맨 손으로 해야."

압착기에 넣고 누르자, 구멍 22개가 뚤린 연탄이 완성됩니다.

[유승진 기자]
"이렇게 연탄 공장 곳곳에는 새까만 연탄 가루들이 이렇게 한가득 묻어있는데요. 가루들이 날리면서 앞은 제대로 보이질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제대로 숨조차 쉬기 힘듭니다."

여기저기 쌓인 가루를 쓸어담는 것도 고생입니다.

"이게 돈이야."

끝이 안보이는 삽질에 다리 힘이 풀려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힘들어요?) 아... 말도 못하게 힘들어요.

오후에도 계속된 고된 작업.

(아까 새벽보단 좀 낫죠?) "응 아까보단 낫지. 자꾸만 해버릇하면 돼"

평생을 연탄공장에 바친 86살 사장님에게 연탄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삶의 철학이 됐습니다.

[홍성걸 / 대한연탄 사장]
"연탄 쓰는 사람 한 사람 남을 때까지 나는 한다고 그랬어요.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끝까지 해야지."

이제 마지막 코스인 배달 작업이 시작됩니다.

연탄 한장은 3.5 kg. 숙달된 사람은 8개도 쉽게 들지만, 초보자는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땀흘려 한장 한장 쌓아 놓은 연탄은 서민들에겐 겨울 필수품입니다.

[이애자 / 대전시 대덕구]
"힘들고... 기름 값도 비싸고. 연탄이 있어야지 겨울이 추워서."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생이지만 배달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변희섭 / 연탄가게 주인]
"밥먹고 가라고 하고 커피 한 잔 주고 그게 얼마나 고마워. 김장해놓고 연탄 들여놓으면 벌써 겨울준비 끝났다고 하잖아요. 얼마나 힘드시겠어."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변희섭 / 연탄가게 주인]
"돈 없는 사람들은 진짜로 그냥 주고 싶은 마음도 엄청 많아요. 눈물이 날라 그러네."

연탄 한장 값은 570원 남짓.

그런데 올겨울엔 100원 정도 오를 예정입니다.

올해도 연탄으로 방을 데워야할 14만여 세대는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이들을 돕는 연탄 은행이 전국 31곳에 있지만 후원은 갈수록 줄어듭니다.

[유승진 기자]
"이렇게 연탄의 손길이 필요한 곳 중에는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골목을 지나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해창 / 춘천 연탄은행 대표]
"재개발이 되면서 이 분들이 이제 여기저기 흩어져서 저희 연탄 배달은 더 힘들어졌어요."

[최수분 / 강원 춘천시]
"별을 따오래도 딸 수만 있다면 따다 드려야 돼. 너무너무 고마워요."

"어르신 이거 한 장 갈아드릴게요."

누군가는 툭 치고 지나갈 연탄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실감한 시간이었습니다.

채널A 뉴스, 유승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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