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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는뉴스]한파만큼 식어버린 ‘기부 온정’
2017-12-28 19:55 뉴스A

이렇게 이름 없는 기부를 하는 따뜻한 이웃들도 있지만 전체적인 기부 분위기는 냉랭합니다.

연말이면 열띤 기부 행렬이 이어지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이영학 사건의 영향 등으로 온정의 손길이 끊겼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불우이웃돕기 모금 현장에서 차갑게 식은 기부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하니 기자의 더하는 뉴스입니다.

[리포트]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 올해로 90년째, 세밑의 온정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구세군 자선냄비에 관심을 가져주시는지 저도 하루동안 모금활동에 봉사자로 참여해보겠습니다."

거리로 나선 지 채 10분도 안됐는데, 차가운 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들어 몸이 저절로 움츠러듭니다. 하지만 혹한보다 시민들의 차가운 외면을 견디기가 더 힘듭니다.

시내 한복판에서 1시간을 기다렸지만 구세군 자선냄비를 찾은 시민은 네 명에 불과했습니다. 얄팍해진 지갑에, 이영학 사건 등으로 냉담해진 시민들의 시선이 겹친 탓으로 풀이됩니다.

[황윤성/ 서울 강북구]
"기부를 해도 그게 어디에 사용되고, 거기에 대한 명확한 그런 게 없어서..."

[박고은 / 서울 동대문구]
기부를 할 때 만큼은 홍보를 열심히 하겠지만 그것을 어디다가 썼는지 알리진 않는 편이잖아요. 저는 그런 것 때문에 찜찜해서.

올들어 국민 4명 중 1명 만이 기부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년 전보단 무려 10% 포인트, 2년 전보다도 3% 포인트 이상 줄었습니다.

하지만 말없이 이뤄지는 선행은 여전했습니다. 조용히 다가와 하얀 봉투를 넣고 가시는 할머니.

[기부자]
(어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성함은 알아서 뭣 해. 자, 수고하쇼"

유례없는 냉기와 냉대 속에서 거리 모금은 밤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다음날 아침 전날 모은 기부금들을 은행에 예치하는 작업에 함께 했습니다.

[정미선 / 계수봉사자]
"약 20명 인원으로 계수를 하고 있고요. 평균 세 시간 정도 걸리고 있습니다. "

돈을 세다 마주치는 갖가지 사연들은 액수를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현장음]
"저는 국가유공자로서 처음 자선냄비에 돈을 넣습니다." (박수)

"먼 데서 이 할미가 다녀갑니다. 혼자 살면서 빈 병 모아 판 돈입니다."

[원경순 / 계수봉사자]
"서로 마음으로 교류할 수 있고 감동이 되잖아요."  

위급한 현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뒤 맨 마지막에 나오는 소방관들. 한해 2천 2백 명이 숨지는 결핵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발행되는 크리스마스 씰, 올해의 주인공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주문한 씰을 포장하고 배송하는 작업을 함께 했습니다.

[이팩트]
(이 분은 지금 6개 주문하신 거에요?)
네, 다 하나씩.

손편지를 이메일이 대신하면서, 최근 10년 간 씰 모금액은 반토막이 났습니다. 올 연말의 씰판매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서인석 / 대한결핵협회 홍보부장]
올해는 더 안좋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기부 문화가 위축이 되니까 저희도 같이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기부 문화를 재는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도 40도를 겨우 넘긴 상황. 예년에 비해 8도 넘게 낮아졌습니다.

불신받는 기부 단체의 투명성도 하루빨리 높여야 하겠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아쉬운 시간이었습니다.

채널A 뉴스 정하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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